게임시장 좀먹는 불법 ‘핵’…“3분이면 손쉽게 구매완료”

1만5,000원이면 하루치 핵 프로 구입
게임유저와 게임사 모두 의욕 떨어뜨려
구매자 처벌법 발의됐지만 폐기될 신세

/이미지투데이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모두가 공분하는 순간이 있다. ‘핵’을 쓰는 플레이어를 만났을 때다. 아무리 게임을 잘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라도 핵을 만나는 순간 실력만으로는 이길 수 없어 오합지졸이 된다. 게임에서 이기는 데 도움을 주는 불법 프로그램인 ‘핵’은 게임사 입장에서도 골칫덩어리다. 핵을 막지 못하면 유저들이 떠나는 걸 알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문제는 불법 프로그램인 핵을 너무나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일 기자가 직접 핵 프로그램을 구매해본 결과 게임용 메신저 디스코드를 통해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용 핵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분이었다. 핵을 판다고 광고하는 한 채널에 입장해 판매자에게 메시지로 문의하자 ‘자판기’라고 불리는 별도의 채널로 안내됐다. ‘자판기’ 채널에서 구입할 핵 프로그램의 이름을 입력하고 메시지로 전송받은 계좌번호로 돈을 입금하니 코드가 발송됐다. 이 코드를 프로그램에 입력하자 마침내 핵은 활성화됐다. 모든 과정은 실시간으로 진행됐고 하루 1만5,000원이면 핵 프로그램을 구매해 이용할 수 있었다.

디스코드 채널은 링크를 전해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데 핵을 판매하는 채널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디스코드 채널을 홍보하는 사이트에서도 ‘핵’이라는 글자를 입력하자 여러 채널이 나타났다. 핵을 파는 디스코드 채널에서는 핵 프로그램 구매자가 같이 게임을 할 팀원을 구하기도 했다.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조건은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느냐 여부다. 또 실시간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현재 이용할 수 있는 핵 프로그램인지를 공지하고 있었다. 해당 채널에 있는 구매자들은 ‘여기서는 매일 새로운 파일이 나와 너무 좋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에 대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사가 개발진을 대거 투입해 핵을 잠시 막을 수는 있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시 등장하는 ‘괴로운 전쟁’이다”고 말했다.

불법 핵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디스코드 채널./사진=디스코드 캡쳐

오늘도 게임사는 언제 끝날지도 모를 ‘핵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사 입장에서 핵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핵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방향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여길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핵을 원천 차단하는 핵을 원하는 수요자가 항상 있다는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 현행 규정상 게임 핵을 배포하거나 제작하는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지만 구매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은 없는 상태다. 이에 지난 2018년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포·제작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올리고 핵 사용자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될 처지다. 위 학회장은 “결국 핵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공급도 끊이지 않는 만큼 구매자까지 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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