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좀비기업 양산하나?…월가서 흘러나오는 과도 유동성 우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고위험 시장에 유동성 공급
“美 경제 역동성 갉아먹어”
버핏도 장기적 파장 걱정해

미 연방준비제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좀비기업을 키운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전쟁 중이지만 과도한 유동성이 좀비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월가에서 조금씩 흘러나옵니다. 특히 투기등급 회사채를 사들여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세계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 고문은 4일(현지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있지만 내 생각에는 연준이 고수익(고위험) 시장에 너무 많이 나간 것 같다”며 “이는 좀비기업의 망령을 부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좀비기업 때문에 미국 경제의 역동성이 감퇴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워런 버핏도 장기적으로 연준의 행동에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그는 지난 2일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투자설명회에서 “연준이 저금리를 제공해주고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기업들이 도산하지 않게 해주고 있는데 우리는 빚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그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충분히 멀리 계속 밀고 나간다면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아도 극단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요. CNBC는 “버핏은 연준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악영향을 줄인데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에 따른 장기적 파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미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3월과 4월 채권발행 금액은 각각 2,533억달러(약 310조원)와 2,618억달러에 달합니다. 고수익 채권은 3월에는 35억달러에 불과했지만 4월에 337억달러로 폭증했습니다. 시장의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인데요.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는 6조4,000억달러대로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제 연준이 본격적으로 회사채를 사들이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자금난이 없어지겠지만 문제가 되는 기업도 살아남아 경제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직 다수의 의견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인 부작용을 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연준의 유동성이 증시를 떠받치고 있기도 한데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유례없는 연준의 유동성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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