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에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유가와 함께 급락했지만 LNG 발전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요금은 요지부동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발전연료의 가격에 따라 전기료가 정해지는 ‘연료비연동제’를 채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전기료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동북아 LNG 가격지표인 JKM(Japan Korea Marker)은 지난해 1월 초 열량 단위(MMBtu·25만㎉를 낼 수 있는 가스양)당 9달러에서 올 1월 말 3.73달러로 떨어졌다. 지난 3월 말에는 3달러선이 무너져 2.43달러를 기록했고 지난달 22일에는 2달러까지 하락했다. 통상 LNG 가격과 연동되는 국제유가가 지난해 말까지 60달러선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2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의 연료가 되는 LNG 가격이 급락하며 국내 전력도매가격(SMP)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kwh당 112원10전이었던 SMP는 올 3월 83원5전으로 떨어졌다. 유가 하락이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SMP에 반영되는 만큼 오는 7~8월에는 더 큰 폭의 하락이 예상된다. SK(034730) E&S·포스코에너지·GS(078930) EPS·삼천리 등 민간 LNG 발전사가 한국전력(015760)에 지난해 초 대비 kwh당 30원 이상 싼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하게 되는 셈이다.
전력도매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음에도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기요금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1월 kwh당 113원9전이었던 전력판매단가는 SMP가 30원가량 떨어진 올 1월에도 113원6전으로 거의 변함이 없었다. 저유가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은 전기요금 인하의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제연료가격이 급락하며 전기생산비용도 하락하지만 전기요금이 그대로인 상황은 우리나라가 전기요금을 원유·LNG·석탄 등 발전연료의 가격과 연동시키는 연료비연동제를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2011년 연료비연동제를 시행해보기는 했다. 문제는 2011년이 유가 급등기였다는 점이다. 유가가 70달러선에서 113달러까지 치솟으며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자 전기요금을 물가관리 수단으로 여겼던 정부의 입김으로 한전은 연료비연동제를 폐지했다. 대신 2015~2017년 저유가 시기에도 전기요금 인하 혜택은 없었다. 연료 가격이 비싸면 한전이 손해를 보고 연료 가격이 싸지면 반대로 이익을 보는 수익구조인 셈이다.
최근 저유가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싼 전기료의 혜택을 누리면서 전기요금 체계를 장기적으로 합리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연료비연동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석유제품 가격, 도시가스 요금 등을 연료비와 연동하고 있지만 유독 전기요금에만 이것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결국 연료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함에도 우리 전기요금은 시장의 기능 중 하나인 ‘가격 신호’가 전혀 제공되지 않으며 왜곡되고 있는 셈이다.
연료비연동제는 전기 소비를 합리화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되기도 한다. 지금은 왜곡된 구조 탓에 연료비가 상승할 때 전력 과소비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김종갑 당시 한전 사장은 “두부값(전기료)이 콩값(연료비)보다 싸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전기료를 시장 원칙에 따라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료비연동제가 도입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요금 변동에 따른 합리적 소비 계획을 세울 수 있어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