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왼쪽),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 /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유가족과 나눈 대화가 공개되자 야권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생당은 이 전 총리의 발언이 “적절치 못했다”고 꼬집었다.
6일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책임 있는 자리가 아니다’, ‘국회의원이 아니다’는 이 전 총리의 말은 유가족을 더욱 분통 터뜨리게 만들었다”며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맹폭했다.
이어 “이 전 총리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 ‘오만한 민주당의 버릇을 잡아놓겠다’고 다짐했는데, 자신도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라며 “전직 국무총리로서 반복되는 화재 사고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다면, 유력한 대선후보로 회자되는 인물이라면, 21대 국회에서 일하게 될 국회의원이라면 적어도 진정어린 위로와 반성, 성의 있는 답변과 경청으로 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소름이 돋는다”고 날선 비판을 내놨다. 그는 “전직 전남도지사·21대 국회의원 당선자·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이신 분이 유가족과 나눈 대화라니 등골이 오싹하다”면서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의 전형이자 이성만 있고 눈물은 없는 정치의 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전 총리는 맞는 말을 논리적으로 틀린 말 하나 없이 했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왜 이리 소름이 돋냐”고 대립각을 세웠다. 또 “이 전 총리가 현직 총리 재직 시절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장례식장에서 보인 눈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눈물을 참으며 읽은 기념사,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보인 눈물을 기억한다”면서 “그 눈물은 현직 총리로서 흘린 눈물이었나 보다”고도 비꼬았다.
민생당도 이 전 총리의 발언에 유감을 표했다. 정우식 민생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당선인이 조문에서 유가족들과 설전 아닌 설전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낙연 당선인의 알맹이 없는 조문으로 유가족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 대변인은 “(이 당선인이) 본인의 언급대로 의사결정의 위치도 아니고, 일반 조문객 자격으로 왔으니 분명히 억울할 것”이라고 이 전 총리를 두둔하면서도 “이 당선인이 유가족들에게 대응한 처사는 적절치 못했다. 마치 국무총리 재직시 야당 의원 대정부 질의에서 (했던) 촌철살인의 논리적 답변으로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해프닝을 보면 그동안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한다고 여야를 망라한 유력 인사들의 조문이 얼마나 많았고 역설적으로 유가족들에게 희망고문을 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조문의 순수성을 넘어 정치인들의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 전 총리는 지난 5일 이천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유가족 30여명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이 전 총리에게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대책을 가져오라”고 말했고 이 전 총리는 이에 대해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 있는 위치가 아니다”, “책임자 처벌을 포함해 기존 법에 따른 조치는 이행이 될 것이고 미비한 것은 보완이 될 것”이라면서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전 총리의 이같은 답변에 유가족들은 “그럴 거면 뭐 하러 왔냐”, “장난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 전 총리는 “장난으로 왔겠느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한 조문객으로 왔다”면서 “여러분들의 마음을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렸지 않나”고 했다.
이어 이 전 총리는 “사람들 모아놓고 뭐 하는 거냐”는 유가족들의 질문에는 “제가 모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러자 일부 유가족이 “그럼 가시라”고 말하자 이 전 총리는 “가겠다”며 면담 10분 만에 자리를 떴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