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새로운 인류의 탄생, 코로나 세대

<정민정 논설위원>
코로나로 앞당겨진 언택트 시대
AI·빅데이터 첨단기술로 가속화
경제충격 경험은 평생 안고갈 상처
글로벌·세대간 연대로 치유해야


서울 성북구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정모 군의 일상은 개인용 컴퓨터(PC) 모니터를 켜는 일부터 시작한다.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ZOOM)을 실행한 후 출석 체크를 하고 수업을 듣는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집에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수행하는 원격수업이 편하다. 20년 후 이 소년의 삶은 어떨까. 그가 입사한 회사 직원 대부분은 재택근무를 한다. 대면회의는 사라진 지 오래이고 대부분의 의사소통이나 정보 공유는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옆 부서 직원은 닉네임 정도만 알고 있다. 이름 그대로 ‘코로나 세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직접 맞닥뜨린 초등학생은 물론 중·고·대학생까지 신인류가 될 코로나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19는 직장·학교·의료·종교 등 모든 것들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시켜준 역사적 사건이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언택트 시대는 열리지 않았을까. 아닐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10년 이상 걸렸을 비대면의 시대가 앞당겨진 것뿐이다. 역설적이게도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비대면의 일상을 바이러스가 전 지구인에게 강제한 셈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이 낳은 첨단기술들이 ‘코로나19발 강제성’에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제2차 세계대전이 우리 부모 세대를 정의했다면 코로나19는 현시대를 정의하는 잊지 못할 사건이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레이더와 어뢰·암호해독 등 혁신이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앞당겼던 것처럼 코로나19도 치료와 백신·검사 등의 혁신을 통해 훨씬 빨리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그의 견해를 언택트 공식에 대입한다면 AI·빅데이터·로봇 등이 언택트 비즈니스의 실현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셈이다.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라고 했던가. 질병의 창궐과 인류사를 살펴보면 ‘코로나19’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쏟아내는 숱한 비극의 끄트머리 어디쯤 희망의 씨앗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지난 14세기 유럽에서 발병한 흑사병은 6,000만명의 희생자를 낳은 최악의 질병으로 기록됐지만 르네상스 문명을 꽃피우는 계기가 됐다. 1918년 발병해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 역시 제1차 세계대전을 멈춰 세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코로나 세대가 살아갈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 시대는 어떤 세상이 될지 지금으로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게 솔직한 심정이다. 당장 MZ세대의 현실만 놓고 봐도 고단한 미래가 읽혀 마음이 아프다. 한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생)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대학을 다니면서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 빚을 10년에 걸쳐 간신히 갚아나가던 중 또다시 코로나발 경제 충격의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밀레니얼 다음 세대인 Z세대(1995~2010년생)도 대학 졸업 시점에 일자리보다는 빚을 먼저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공황 세대는 평생 종잇조각, 고무줄 하나 버리지 않는 ‘아끼는 습관’을 극복하지 못했는데 지금의 젊은 세대 또한 코로나가 남긴 흔적을 평생 안고 살아갈 것”이라는 우려(데버라 엘름 아시아무역센터 이사)가 심상치 않게 들리는 이유다.

“폭풍은 지나갈 것이고 인류는 대부분 생존할 것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유발 하라리의 언급처럼 코로나 세대는 폭풍우를 온몸으로 버텨내며 한 발자국씩 나아갈 것이다. 결국 자신의 시대를 살아낼 코로나 세대의 숙제로 남겨졌지만 어깨에 올려진 짐이 너무 무겁지 않게 실마리를 찾아내는 역할은 우리 기성세대의 몫이다. 코로나19의 해법으로 세계 석학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글로벌 연대는 세대 간 연대로 확장해야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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