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정부가 6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했다. 박물관·미술관 등 공공시설이 열리고 다음 주부터는 오래 기다리던 학생들의 등교도 시작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는 연휴 때부터 사람들이 붐볐다.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보복 소비’ 현상이 일어나 일부 백화점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때마침 국가에서 주는 재난지원금의 효과로 경기가 살아나리라는 기대도 일고 있다.
이제 한국 경제는 괜찮은 걸까. 아니다. 1·4분기 경제성장률이 -1.4%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저이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2·4분기는 훨씬 더 낮아질 것이다. 4월 수출은 24% 감소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주요 교역국 중에서 가장 큰 10%의 감소를 보인 것을 보태면 평년 대비 3분의1이나 준 셈이다. 우리의 큰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가 1·4분기 -6.8%, 미국이 -4.8% 성장률로 수축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전망에 따르면 미국이 2·4분기에 -16%를 기록하고 일본은 -21%가 되리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내 상장기업 이익의 80%가 수출에서 나오는데 해외 수요가 감소하면 기업들의 상황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금융정보업체의 조사에 의하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2·4분기에 원래 전망치보다 20% 줄며, LG디스플레이·에쓰오일·SK이노베이션 등은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야 할 기업의 처지에서 보면 지금부터가 살얼음판이다. 여행·항공·호텔 등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끊기다시피 할 정도로 충격을 받은 산업은 벼랑 끝에 몰렸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위기에 봉착한 몇몇 기업에 지난달 수혈해준 유동성 지원프로그램이 실제로 자금난을 해소하는지 면밀히 살펴 행여 기업 도산과 연쇄 파급효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없도록 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환경의 악화로 자동차·철강·기계 등 한국의 주력 산업 모두가 흔들리고 있다. 산업은행에 설치하기로 한 기간산업안정기금 40조원을 조속히 마련하고 시행령 제정 등 지원에 필요한 조치를 바로 마무리해야 한다. 상황 전개에 따라 기금을 늘려야 할 필요도 있음은 물론이다.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로 회사채 시장은 고비를 넘겼지만 금리 수준이 높고 AA- 등급 이하는 여전히 소화에 어려움이 있다. 회사채 신속 인수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수급 안정을 이뤄야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도 진척 상황을 파악해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저금리 대출을 해야 한다. 세금과 각종 부과금의 징수에 대한 유예 제도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비를 넘기도록 도와줘야 한다.
중소기업의 수출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은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감소와 원부자재 확보 문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온라인 판매 플랫폼 구축을 지원하고 비대면 상담과 계약활동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원부자재 구매에 대한 환율 리스크를 무역금융기관에서 맡아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19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많은 환자와 사망자를 내는 중에도 봉쇄를 푸는 조치를 시작해 제2의 대유행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많다. 경제적으로도 충격이 반복되고 어쩌면 L자형의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하며 한정된 자원을 고려한 우선순위에 따른 각각의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