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1위' 벤츠의 배신…"12종 배출가스 불법조작"

환경부, 과징금 776억 철퇴…형사고발도
벤츠 "제어시스템 일부" 불복 시사
닛산·포르쉐도 1종씩 적발 처분

사진은 불법 조작 차량 일부. /사진제공=환경부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벤츠)와 한국닛산, 포르쉐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한 경유차의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혐의로 형사 고발됐다. 특히 국내 수입차 점유율 1위 벤츠에는 700억원대의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까지 부과됐다. 국내에서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적발된 것은 지난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을 시작으로 이번이 일곱 번째로, 벤츠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환경부는 6일 “벤츠·닛산·포르쉐가 지난 2012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 판매한 경유차 14종, 총 4만381대에서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실이 확인됐다“며 “인증 취소와 결함시정 명령,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형사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유차 12종(3만7,154대)의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벤츠에는 과징금 776억원을 부과했다. 지금까지 환경부가 배출가스 불법 조작과 관련해 부과한 과징금 중 액수가 가장 크다. 닛산(1종·2,293대)과 포르쉐(1종·934대)에는 각각 9억원과 10억원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다.


환경부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당국의 경유 차량 인증 시험 때만 배출가스인 질소산화물이 적게 배출되도록 장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벤츠의 경우 차량이 실제 주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 요소수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배출가스를 조작했다. 요소수는 배기관에 공급돼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환원하는 역할을 한다.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장치 가동률도 실제 주행 후에는 일부러 낮아지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이로 인해 실제 주행 때 질소산화물은 실내 인증 기준보다 최대 13.7배 많이 배출됐다.

닛산은 차량을 30분 정도 운행하면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가동이 중단되는 프로그램을 적용했고, 포르쉐 역시 엔진 시동 후 20분 정도가 지나면 이 장치의 가동률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김영민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제작사들이) 배출가스 인증만 통과하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벤츠는 이날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환경부 결정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불복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벤츠는 환경부가 불법 조작했다고 밝힌 기능이 통합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의 일부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11월 이미 일부 차량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으며, 환경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소송의 진행 여부 등은 추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닛산과 포르쉐 역시 벤츠코리아와 같은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벤츠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제2의 아우디폭스바겐 사태’로 불거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티구안 등 15개 차종의 배출가스를 조작한 혐의로 인증 취소, 리콜 명령 등을 받았다. 당시 아우디폭스바겐은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디젤차 1,100만대를 친환경차로 판매하며 ‘디젤게이트’ 파문을 일으켰고, 지난 2월 1심서 벌금 260억원을 부선고받았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이 건으로 차량 판매가 중단되며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하는 등 경영 상 어려움을 겪었다.
/세종=한재영기자 박시진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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