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왼쪽) 통일부 장관이 6일 판문점에서 일반인 견학 프로그램 재개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비무장지대 내 한국군 감시초소(GP) 총격 사흘 만에 판문점 견학 재개 여부를 검토하러 GP 현장을 둘러봤다. 다만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등 아직 북한 총격에 관한 진상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굳이 다급하게 견학 재개 여부를 저울질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장관은 지난 6일 경기 파주시 갑·을 지역구의 윤후덕·박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최종환 파주시장, 평화통일 문화공간조성 민간자문단과 함께 판문점과 ‘DMZ(비무장지대) 평화의 길’ 파주 구간을 방문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10월과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각각 중단된 판문점과 평화의길 견학 재개 준비상황 등을 살폈다. 판문점에서는 캠벨 메이어 유엔군 부사령관과 중립국감독위원회 패트릭 고샤 스위스대표, 히베 코넬리우손 스웨덴대표가 김 장관을 맞이했고, DMZ 평화의 길 파주구간에서는 김홍석 1사단장이 안내를 맡았다. 김 장관은 판문점 인근인 대성동마을·통일촌·해마루촌 이장들과 오찬을 같이하며 지역주민들의 의견도 청취했다.
김 장관은 이날 방문을 계기로 조만간 남북출입사무소에 ‘평화통일 문화공간’을 조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출입사무소 건물과 철거 GP 등을 활용해 DMZ 평화의 길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는 핵심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이날 현장 점검 후 조만간 판문점 견학 재개 날짜를 확정할 계획이다.
강원도 고성통일전망타워 인근에서 바라본 보존GP와 금강산. /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판문점 견학 재개를 위한 GP 방문 시점이 부적절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총격과 관련해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무작정 GP 인근 지역 견학 재개를 추진하는 게 옳느냐는 지적이다. 이번 총격 사건과 먼 장소라 해도 북한이 향후 어떤 도발을 할 지 모르는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북한은 3일 오전 7시41분께 강원도 비무장지대 아군 GP 외벽에 총탄 4발을 발사했다. 북한군은 GP에 14.5㎜ 고사총과 무반동포 등 중화기를 배치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총탄은 14.5㎜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이에 지난 4일 진상 파악과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특별조사팀을 파견했다. 청와대와 우리 군은 북한이 우발적으로 사격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김 장관이 간 곳은 판문점은 물론, DMZ 평화의 길이 포함된 경기 파주 지역에 있는 철거 GP도 있다”며 “김 장관이 방문한 판문점 지역 철거 GP는 (사흘 전에 총격 사건이 발생한) GP와는 지리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는 데다 일정도 사전에 미리 예정돼 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방문은 판문점 견학 재개 준비 상황 점검차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부전선 GP와의 관련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여 대변인은 북한이 총격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북한이 입장을 발표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의 선례를 보면 북한이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적이 아주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