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노트북 법인(B2B) 영업에 변화를 주며 렌털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트북 B2B 영업을 강화하며 재택근무 등으로 대표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장을 겨냥한다는 포석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노트북 렌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선보일 법인 노트북 일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닌 구글 지스위트(G suite)를 탑재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스위트는 클라우드컴퓨팅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전자결재와 웹하드·메신저·화상회의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구글은 지스위트를 사용하는 법인에 회사 메일 서비스를 통해 개별 회사가 보유한 도메인으로 e메일을 보내고 받을 수 있게 했으며, 용량 무제한의 클라우드 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안 수준도 높고 모바일 업무 협업도 상당히 자유롭다. 이 때문에 조직 규모가 작아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선호도가 높은 소프트웨어(SW)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PC 신제품 ‘갤럭시 북 플렉스 알파’의 라이프스타일 화보 컷./사진제공=삼성전자
성장세 가파른 B2B 노트북…‘포스트 코로나’ 시장으로 눈길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노트북은 235만3,000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렌털 서비스를 고민하는 법인 노트북 시장은 47만여대. 시장 규모만 따지면 연간 176만~180만대 수준을 지켜왔던 일반 소비자(B2C) 대상보다 작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변화하는 근무형태를 고려할 경우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MS 윈도7 서비스 종료로 윈도10을 지원하는 PC에 대한 수요도 뒷받침돼 성장세를 기준으로 보면 국내 노트북 시장 가운데 성장세가 가장 빠르다.
삼성전자가 노트북 렌털 서비스를 구상하며 구글 지스위트를 고려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종식’이 오기 전까지 재택근무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택근무 시 협업이 용이하고 충성 사용자를 대거 확보한 지스위트를 기본 SW로 설치한 노트북으로 접근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노트북 가운데 지스위트를 채택한 제품 비중이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도 ‘포스트 코로나’에 방점을 찍은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노트북 제조사가 렌털에 뛰어들지 않았던 것은 판매 대비 렌털 수익성이 낮은 편인데다 영업 면에서 새로운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도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이후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렌털 업계는 기업이 노트북을 구입하지 않고 렌털할 경우 자산관리 및 재무상 이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법인 노트북 시장은 16.6%나 성장했다./홈페이지 캡처
렌털 시장 진입 고민 깊은 삼성전자
국내 노트북 렌털 시장은 터줏대감들이 좌우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삼성전자와 오랫동안 함께해온 파트너사다. 대표적으로 렌털 PC 시장의 34%를 차지하고 있는 AJ네트웍스를 꼽을 수 있다. 한국렌탈과 롯데렌탈은 각각 15%, 1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3개사는 삼성전자나 LG전자로부터 공급받은 제품을 다른 사무기기와 함께 렌털하는 포트폴리오가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렌털 시장에 진입할 경우 고객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렌털 전문회사가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스타트업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공·교육·중견기업 수요가 높은 데스크톱 대신 노트북을 렌털 종목으로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실제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은 상대적으로 근무 유연성이 뛰어나며 사무실이 아닌 자택에서 업무를 보는 일이 많다. 다수 대기업이 확진자 추이가 꺾인 4월을 기점으로 재택근무를 접고 사무실 출근을 다시 시작한 것과 달리 현재까지도 스타트업계는 재택 체제를 유지하는 곳이 다수라는 점도 시장조사 단계에서 고려됐을 요인으로 꼽힌다.
타깃 소비자인 스타트업이 렌털 노트북을 선호할 이유는 충분하다.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낮다는 점, 자산관리자를 따로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 또 통상 1년인 보증기간 이후에도 관리가 편하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또한 직원 퇴사 등으로 사용하지 않는 기기가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밖에도 회계상 운용리스로 처리되는 렌털 노트북은 자산과 부채가 계상되지 않고 매달 내는 렌털료만 비용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점도 유리한 부분이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보도에 대해 “자사는 법인 대상 노트북 렌털을 시작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뒤 “렌털 파트너사와 기존과 동일하게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