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출판된 지 4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핫’하다. 특히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자 욕망과 공동체의 이익이 대립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이기적 유전자’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최근 지방자치단체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재난지원금은 더욱 ‘이기적 유전자’를 떠올리게 한다. 논란 끝에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한 재난지원금. 상위 1%에게도 줘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모든 국민이 받는 걸로 결정됐다. 대신 자발적 기부를 할 수 있으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처한 이들을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등에 쓰일 예정이다. 또 지원금을 받을 경우 대형마트·백화점 등을 제외한 전통시장·동네 슈퍼마켓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사용하기 불편하니 사용처를 다양하게 해달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의 성격을 보면 사용처 다양화에 대한 요구는 취지에 어긋났다는 생각이다. 코로나19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시됐고 해외로든 국내로든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산고’ 끝에 나온 것이 재난지원금이다. 그렇다면 이는 고사 위기에 처한 산업을 비롯해 자영업자들이 하반기를 기약할 수 있도록 사용돼야 하는 것이 맞다. 물론 위험 업종에 재난지원금을 몰아서 써주자는 게 아니다. 공공단체 항공권 선결제 등 사용처를 다양화한다면 재난지원금의 취지와 성격에 맞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이미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한한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경험했다. 이 경험을 ‘착한 소비’로 이어갈 수만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완벽하게 코로나19를 이기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물론 귀찮을 수는 있다. 어느 업종이 어렵고, 어려운 업종에 선결제가 가능한지, 어디에는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귀찮은 일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누가 알아주고 과연 도움이나 될까하는 막연한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경기도는 선제적으로 지원한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경기가 살아났다. 단 10만원씩 돌아갔는데도 말이다.
다시 ‘이기적 유전자’ 이야기로 돌아가면 인간은 본래 이기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타심 역시 자신의 이익이 실현될 때 발현된다는 주장은 냉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사회의 원동력일 수 있다. 공익을 위한 귀찮지만 ‘착한 소비’는 결국 내수를 활성화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 되살아난 경제가 과연 누구에게 이로울까를 생각하면 말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