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국내 증시에서 주도주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현대차(005380)가 6개월 사이에 시가총액 순위 3위에서 9위까지 떨어진 반면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언택트’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네이버가 각각 시총 3·4위를 굳건히 하며 몸값을 올리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주식시장 내에서 전통 제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바이오와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등 신산업 부문의 점유율이 커지는 ‘구조 재편’이 앞당겨지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1·4분기 실적 발표 기간 전통산업의 쇠퇴와 신산업의 성장이 ‘숫자’로 입증되기 시작하면서 두 부문의 격차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의 시총 순위는 지난해 11월13일 3위에서 이날 9위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현대차의 시총은 26조6,000억원에서 19조7,000억원으로 7조원 감소했다. 전날에는 삼성물산에 밀려 시총 10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대 초반부터 지난해 중순까지 현대차가 시총 3위를 꾸준히 유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현대차 주가는 올 1월 말 만해도 13만원대에 달했으나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며 9만원대에서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네이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네이버의 시총은 지난해 7월 말 각각 18조원, 22조원으로 현대차(27조원)보다 적었지만 지난해 말 들어서는 모두 현대차를 앞질렀다. 두 회사와 현대차의 격차를 벌린 것은 코로나19였다. 지난 한 달 동안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부진 우려로 시총 순위가 7~9위를 왕복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10일 미국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코로나19 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이후 40만원대에서 50만~60만원대로 뛰었다. NAVER(035420)는 언택트 주도주로 거론되며 한 달간 27% 올랐다. 7일에는 장중 22만원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실적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차는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8.1% 줄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네이버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65.3%, 7.4%씩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종목에서도 나타난다. 네이버와 언택트 주도주로 거론돼온 카카오는 1·4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시총 12위 자리를 굳혔다. 장중 20만7,500원을 기록하며 2017년 다음과 합병하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한때 시총 상위 10개 종목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POSCO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1·4분기보다 41.4% 감소한 가운데 10위권 내에서 밀려나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시총 순위 구도가 바뀌는 것을 보고 “코로나19가 주식시장 개편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나 무형자산 등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시장의 고민 역시 커졌다”며 “이 가운데 최근 재무제표를 통해 노동집약적 산업보다 신산업의 성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코로나19 이후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시장이 인지했다”고 말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무형자산·신산업의 부상과 전통 제조업의 후퇴를 시장이 선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