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자금조달계획서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서울 A 구청 담당자)
“무허가주택이라도 자금조달계획서는 의무 사항입니다.”(국토교통부 담당자)
무허가건축물이지만 재개발 사업에서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뚜껑’ 매물. 투자 시 변수가 많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제법 많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뚜껑’ 거래 과정에서 자금조달계획서를 낼 필요가 없어 자금조달에 유리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문제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여부를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7일 서울 A 구청의 부동산거래 담당 공무원은 뚜껑(무허가건축물) 거래와 관련해 “주택이 아닌 가설건축물로 분류된다”며 자금조달계획서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B 구청 관계자도 “국토부 지침에 따라 자금조달계획서를 낼 필요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서울 내 상당수 구청은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의 경우 3억 원이 넘는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재개발 투자 목적으로 거래되는 ‘뚜껑’의 경우 이를 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 주요 재개발 지역 내 ‘뚜껑’ 매물은 강북권이라도 4~5억 원을 넘는 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지자체의 이 같은 입장을 전면 반박하면서 정반대 주장을 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허가주택도 엄연히 주택으로 분류되고, 자금조달계획서 의무 제출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자체 공무원들은 “정부가 공무원 직무교육책자의 질의응답 항목을 통해 ‘무허가건축물은 자금조달계획서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며 “당혹스럽다”고 재차 반론을 폈다.
지자체 설명대로라면, 정부가 탈세 등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넓히고 있는 와중에 감시망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노출된 셈이다. 국토부 설명대로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 해석을 하면서 시장의 혼선을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가 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를 요구한다면 일대 혼란도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자금조달계획서를 낼 필요가 없다면 매력적인 투자대상 중 하나”라며 “명확한 제도적 정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뚜껑 거래 자체는 입주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진동영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