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책임론을 두고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역성과를 축하하는 구두 친서를 보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 관계의 미래가 협력보다는 패권전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향후 무역협상 등을 고려해 대북 문제에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 위원장이 구두 친서에서 “총서기 동지가 중국당과 인민을 영도하여 전대미문의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확고히 승기를 잡고 전반적 국면을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관리해나가고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면서 축하하시였다”고 전했다.

또 “중국에서 이룩된 성과에 대하여 우리 일처럼 기쁘게 생각한다”며 시 주석의 건강을 기원했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다만 구두 친서가 전달된 날짜나 구체적인 경로에 대해 통신은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약 3개월 만에 시 주석과의 ‘친서 외교’를 재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2월 1일(보도날짜 기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위문서한을 보내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중국 공산당에 지원금을 보낸 바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국경봉쇄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길어진 데 따른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김 위원장은 북중 경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도 중국과의 밀착은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최근 코로나 19 발병설을 둘러싼 미중간의 논쟁에 간접적으로 중국에 힘을 실어주고, 나아가 조만간 코로나 회복국면이 되면 양국간의 정치 경제 외교 등 다방면의 협력을 재개하자는 메세지도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 역시 코로나 19 책임론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단계 무역협정 폐기까지 시사한 만큼 미국과의 추후협상에 앞서 대북카드는 활용 가치가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이 무역협정을 지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중국의 약속 이행 여부를 1~2주 안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1차 무역협상 합의안을 지키지 않을 경우, 무역협상 합의안을 깰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협상 파기 시사가 코로나 19 사태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는 동시에 향후 시 주석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했다.

미국의 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관심사인 대북문제를 외교카드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김 위원장과의 우호관계를 과시하며 재선정국에서 대북문제를 자신의 외교적 업적으로 수차례 과시한 바 있다. 올해 1월 미중이 1단계 무역합의를 통해 휴전상태에 들어갔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뜬금없이 “우리(미중)는 북한에 대해 매우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시 주석의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이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이며 비핵화 협상의 배우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잠행’했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딴 데 보지 말라”며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임무를 강조했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건재가 확인된 후 직접 환영 메시지를 발신, 톱다운 소통에 재시동을 건 가운데 ‘검증가능한 비핵화’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크리스 스티걸 쇼’ 전화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얼마나 기이한 상황인가. 응급 수술 얘기가 있었고 어쩌면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죽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뒤 (김 위원장의) 사진들이 나왔다’며 ‘확인했는가. 이 사람(김 위원장)은 살아있는가. 그 사람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그렇다. 우리는 그가 살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