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경제가 휘청이는 요즘, 신흥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제살리기 정책도 중요하지만 바이러스 확산을 최대한 억제해 경제의 ‘멈춤’을 막아 정책 부담을 더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다. 이에 당분간 신흥국 투자는 무리하게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한다. 투자를 한다면 코로나19를 가장 처음 겪었지만 가장 빠르게 회복 중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투자가 가장 바람직하다. 대외 리스크로는 미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책임론 부각과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가능성, 유로존 경기 침체, 아르헨티나 채무협상 등이 있다. 이에 대한 모니터링도 함께 필요하다.
◇교역둔화 리스크 본격화
신흥국의 GDP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신흥국들은 각자 코로나19 방역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부진한 성과를 내며 출구전략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인디아, 브라질, 멕시코의 상황은 우려스럽다. 아직까지는 의료시스템 붕괴 가능성은 낮지만, 선진국 대비 열악한 의료환경이 락다운 기간과 경제활동의 정상화 시기를 지연시킬 우려를 높이고 있다. GDP 대비 교역 비중이 높은 국가의 경우, 교역 둔화 리스크가 문제가 될 것이다. 국제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이 관련 상품의 수출국가 무역수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수입 감소에 따른 내수 소비 감소 역시 경기 하방 요인이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리스크가 큰 국가들을 추려보면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멕시코 정도가 대표적이다. 특히 멕시코는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졌다. 인도의 경우에는 교역 비중은 2019년 기준 GDP의 28% 수준에 불과해 교역 둔화 리스크가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 인도 정부가 5월 17일까지 락다운 기간을 연장했기 때문에 경제 성장률 및 기업 이익의 추가 하향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과도한 정책, 후유증 우려도
신흥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 중앙은행은 발권력이 제한적이다. 적극적인 재정 부양책이 향후 경기 회복세를 연출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영속적일 수는 없다. 만약 과도한 통화정책을 사용해 유동성을 확대하고, 동시에 정부 재정에 부담을 더하는 재정정책을 추진한다면 국가 신용도 하향을 시작으로 금융시장에 환율 급등이나 일드커브 스티프닝과 같은 여러 가지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이 나타날 경우, 통화정책도 효과가 제한될 것이고 나아가 인플레이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확한 예측이 힘든 시기이지만, 주요 신흥국의 성장률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충격파는 선진국보다 클 것이다. 과거 닷컴 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는 선진국에서 시작된 경제 시스템 붕괴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당시 신흥국 경제의 하방을 지지해주었던 중국과 인도는 현 시점보다 경제 규모 및 개방의 정도가 작고 낮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흥국 경기를 지탱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더욱 복잡한 연결고리로 이어진 현 시점에서는 설령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국가라고 해서 경기 사이클이 차별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해법은 신흥국이 정책 관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충격을 방어하기 위한 정책에 총력을 다하는 동시에 그에 앞서 코로나19의 확산세를 최대한 하루빨리 억제해 경제가 멈추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래야만 추가적인 정책 부담도 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