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100세 시대]연금만큼 일상생활 가능한 근력·보행능력 중요...노인 건강관리정책도 나와야

당신의 노후, '근육'과 '연금'에 달려있다
지진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지진선 수석연구원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한지 33년만에 국민연금 수급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월 연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수급자도 27만명에 달한다. 1900년대 초반 전후로 이미 공적연금을 도입한 선진국과 달리 늦게 시작한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이 이제 고령화 시대를 맞아 중추적인 노후보장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고령화 추이가 가장 빠른 만큼 연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은퇴 이후에는 월급 같은 정기적인 소득이 중단되기 때문에 노후에는 연금 형태의 현금흐름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수급자 수가 많아지는 것은 다행이나 국민연금으로 충분치 못한 것도 사실이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적정노후생활비는 부부 기준 291만원이다. 국민연금을 월 100만원을 수령해도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불입한 연금저축 등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연금저축 가입률은 20.2%로 낮고 연금 수령은 평균 월 25만원에 불과하다.

나이가 더 들면 지출이 감소하기 때문에 291만원까지는 필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일면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더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논리의 전제 조건은 ‘건강해서’ 감기 이상의 병원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수명 증가와 노인 의료비의 정비례 관계에서 우리나라도 비껴 갈 수 없는 것 같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5세 이상 진료비는 31조원으로 2011년 15조원 대비 두배 이상 많아졌으며,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8%에 달한다.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457만원으로 전체 1인당 연평균 진료비 153만원의 3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적정한 노후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외에 연금저축 등 개인적인 준비를 더 많이 하거나, 현재 보유한 자금만큼 아껴 살거나 혹은 건강을 유지해서 치명적인 의료비 지출을 막는 것이 방법이 아닐까 싶다. 세가지 방법 모두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나를 고른다면 건강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서점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책 제목이 있었다.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라는 도서이다. 이 제목은 일본 노인들의 새로운 격언으로 그 어떤 사회보장제도와 연금 등의 금전적인 보상이라도 본인의 건강보다는 무익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1984년 WHO는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질병의 유무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일생 생활 기능의 자립 여부로 평가할 것을 주장한다. 이에 이 책의 저자는 고령자가 질병을 갖고 있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근력이나 보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건강하다고 본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노년의 삶이 연금과 근력에서 결정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일본의 고령자들을 위한 건강 정책은 개인의 계몽 뿐만 아니라 지자체 및 기타 단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고령자들의 근력강화운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 즉 예방 중심의 국민건강관리인 것이다. 영국이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50년이면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40%에 근접하며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령 국가에 오를 전망이다. 노인의 건강을 더 이상 개인의 책임으로만 방치하기에는 노인문제와 사회보장비용의 효율적 사용에 우려가 크다. 삶의 질과 증가하는 의료비를 감안할 때 개인적으로도, 국가 정책 측면에서도 연금만큼 건강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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