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탓에 뚝뚝 떨어지는 물가...마냥 좋을까

코로나發 디플레 오나…근원물가 마이너스 전망도
외환위기 여파 남아있던 1999년에 9개월 연속 마이너스

소비자가 서울의 한 대형마트 농산물 코너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0%대 상승세를 보이며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연합뉴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0%대 초반으로 하락하며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줄어든 이들이 늘어 수요 측면에서 물가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에서 나오는 우려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한 해 전보다 0.1% 오르는 데 그쳐 1999년 12월(0.1%) 이후 20여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원유나 농산물처럼 공급 측 요인에 의해 가격이 널뛰는 품목을 빼고 산출한 물가 상승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이기도 하다.

정는 수요 둔화에 고교 무상교육,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겹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근원물가의 장기 추세 등을 근거로 이와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5년간 근원물가 상승률을 보면 2015년 2.4%, 2016년 1.9%, 2017년 1.5%, 2018년 1.2%, 2019년 0.7% 등을 기록했다. 추세적 하락 흐름을 보인 모습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9년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이때를 제외하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항상 플러스(+)였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코로나19가 디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감염병 여파에 수요가 줄어들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 근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근원물가마저 하락하기 시작하면 디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며 “유가나 농산물 등 공급측 요인을 빼놓고 보더라도 수요 부진에 물가 상승 압력은 낮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실직 또는 휴업에 들어간 근로자들이 많아 생활 속 거리두기가 풀리더라도 소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일회성이라 소비를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 등과 맥락을 같이하는 시각이다./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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