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방명록을 쓰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를 지켜보는 김정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아 “남과 북은 ‘생명공동체’이자 ‘평화공동체’가 돼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문제부터 협력을 시작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북한은 같은 날 한국군을 맹비난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10일 ‘정세악화를 초래하는 무력증강 책동’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한국군의 군사력 강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매체는 한국군이 최근 미국으로부터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를 도입한 사실과 중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천궁’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인도받은 사실을 겨냥해 “남조선 군부호전광들이 동족을 겨냥한 무력증강 책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2,800톤급 신형 호위함 ‘동해함’ 진수식과 같은 달 27일 한국형 합동전술데이터링크체계(완성형) 개발 의결, 2030년까지 6,000톤급 ‘한국형 구축함(KDDX)’을 개발 결정 등에 대해선 “동족과 기어이 힘으로 대결하려는 어리석은 야망의 발로”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연합뉴스
이 매체는 “남조선이 악성비루스 전염병(코로나19) 사태로 대혼란을 겪고 있고 경제와 민생 악화로 인민들의 고통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속에 무력증강책동에 혈안이 돼 날뛰고있는 전쟁 부나비(불나방)들의 광태는 내외의 강한 우려와 불안을 자아내고 있다”며 “앞에서는 평화와 관계 개선에 대해 읊조리고 실지에 있어서는 외세에 추종하여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정세를 긴장 격화로 몰아가는 남조선 군부호전광들의 이중적 행태는 더 큰 화만을 불러올 뿐”이라고 열을 올렸다.
북한이 최근 한국군에 비난을 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8일 이후 한국군을 상대로 연일 비방전을 펼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8일 북한 인민무력성 대변인 이름으로 담화를 내고 지난 6일 공군공중전투사령부(공중전투사)가 해군2함대와 함께 서해 상공 작전구역에서 실시한 방어훈련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게 하는 군사 대결의 극치”라고 비방했다. 9일에는 북한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동해함 진수식, 지상·공중비상대기항공차단 훈련 등에 대해 ‘북침 전쟁 소동’ ‘대결 망동’이라며 비난했다.
반면 북한은 우리측 GP 총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일 오전 7시41분께 강원도 비무장지대 아군 GP 외벽에 총탄 4발을 발사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북한의 이날 비방은 취임 3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또 다시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대조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한 특별연설에서 “남과 북이 인간안보에 협력해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간안보’란 전통적인 군사안보가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질병, 환경 문제 등을 지칭한 용어다.
이후 이어진 기자단 질의응답에서는 “아직도 북한이 (한국 정부의 각종 남북협력 제안에) 호응해 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지금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여러가지 어려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제적인 교류나 외교가 전반적으로 멈춰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에 우리가 계속해서 독촉만 할 수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우리의 제안을 북한에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일 찾아내서 해 나가자”며 “방역에 대해 우선 협력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남북 방역협력 방안에는) 말라리아 등 인체 감염도 포함이 되고 아프리카 돼지열병 같은 가축 감염의 경우에도 비무장지대를 놓고 전파가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협력해 나간다면 현실성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며 “남북 철도 연결, 비무장지대 평화지역 추진, 이산가족 방문, 유해 공동발굴 등 기존 제안들도 모두 유효하다”고 밝혔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