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을 공유한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범죄 악용 우려가 큰 랜덤채팅 앱(애플리케이션)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다.
여성가족부는 1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포용국가 청소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여가부는 정책 방향 일환으로 이용자 신원이나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거나 문제가 될 만한 대화를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 랜덤채팅 앱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돼 청소년 이용이 원천 차단된다고 밝혔다.
여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랜덤채팅앱은 대략 300∼400개로 추정된다. 이 중 80∼90%가량이 이용자 신원을 특정할 수 없거나 대화 저장 기능이 없고, 불법 행위가 있어도 신고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랜덤 채팅앱이 청소년 성매매 등 불건전 만남이 이뤄지는 주무대가 되고 있다.
여가부는 △본인 특정 △대화 저장(화면 캡처) △신고 기능 중 한 가지라도 없는 랜덤채팅 앱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해 청소년 이용을 차단할 계획이다. 여가부는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행정예고를 통해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추후 고시 내용을 확정해 공고할 방침이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유해매체물 지정은 여가부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지정 권한을 갖고 있다”며 “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성인은 사용할 수 있어도 청소년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또 청소년에게 지역 정책 발굴과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청소년이 직접 지역 정책의제를 발굴해 토론하며 정책활동 전반에 참여하는 ‘지역사회 청소년 참여활동 활성화 모델’이 올해 전국 6개 지자체에 시범 도입된다. 국제사회에서 청소년이 목소리를 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 11월 서울에서 ‘한-아세안 청소년 서밋’도 개최할 예정이다.
여가부는 전국 지자체 9곳에 ‘위기청소년 지원 전담기구’를 신설하고, 각 부처·기관별 지원 서비스가 단절 없이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도록 ‘위기청소년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해갈 계획이다.
사회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청소년 관련 법도 손보기로 했다. 청소년기본법 중 육성, 지도, 수련 등 청소년 주체성을 저해하는 용어를 청소년 주도적·능동적 역할에 초점을 맞춰 성장지원, 체험 등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청소년활동진흥법 개정을 통해서는 기존 청소년 수련관·문화의집·특화시설·수련원 등 4개 유형을 ‘청소년센터’로 단일화해 지자체 시설·관리의 자율성 등을 높이기로 했다.
청소년 정책과 연관이 높은 주요 부처에는 청소년정책담당관을 지정하고, 지자체의 청소년 정책 역량 강화를 위해 청소년정책 전담 공무원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을 지자체 등과 협의해갈 계획이다.
아울러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제도 개선 차원에서 한국e스포츠협회에 등록된 선수에 한해 ‘셧다운제’ 적용 예외를 추진해가기로 했다.
2004년 도입됐으나 이용이 저조한 ‘청소년증’ 사용 확대를 위해 민관 협력을 통한 청소년증 우대혜택을 발굴해 갈 방침이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