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극장의 판소리 뮤지컬 ‘적벽’/사진제공=정동극장
적벽의 모바일 중계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연 팬들이 올린 ‘정동극장 유튜브 구독’ 게시물/사진=트위터 캡처
지난달 초 정동극장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온라인 공연 생중계가 한창이던 때다. 국공립극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구독자 수를 점검하던 문체부가 갑자기 불어난 극장의 유튜브 구독자 수에 놀라 연락한 것이었다. 이틀 만에 8배나 구독자 수가 폭증했으니 그 이유가 궁금할 법도 했다. 이 마법 같은 숫자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구독 독려 캠페인이 만든 결과물이다. 증시를 떠받친 동학 개미 운동에 버금가는 ‘동학 구독 확장 운동’이라 할 만하다.
11일 정동극장에 따르면 4월 초 500여 명에 불과하던 극장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현재 4,500여 명에 달한다. 100 단위의 구독자가 4,000명 대를 돌파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이틀. 정동극장의 대표작 ‘적벽’의 4월8일 온라인 생중계를 앞두고 불이 붙었다. 적벽대전을 재해석한 판소리 뮤지컬 적벽은 2월 개막 후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로 공연이 중단됐다. 이후 일정을 미루고 재개를 모색했지만 결국 불발돼 단 한 번의 온라인 생중계를 끝으로 무대를 마무리하게 된 상황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유튜브 구독자 1,000명 미만이면 모바일이 아닌 PC에서만 시청이 가능하다는 규정이었다. 아무리 무료여도 휴대폰에서 볼 수 없으면 큰 주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팬심은 위기 때 빛났다. 온라인 생중계 공지에 적혀있던 ‘구독자 1,000명 미만시 PC로만 시청할 수 있다’는 문구를 보고 구독 확장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2017년 초연 이후 매년 정동극장 무대에 오른 적벽은 삼국지의 세 영웅을 여자 배우들이 연기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과 역동적인 퍼포먼스, 해학과 풍자 등으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작품이다. 팬들의 응원에 구독자 수는 4일 1,000명을 넘어서고 5일에는 4,000을 찍었다.
극장 관계자는 “팬들이 보여준 작품에 대한 애정에 놀랐다”며 “공연 재개가 불발되면서 아쉬워하던 배우, 스태프들에게 정말 큰 위로와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