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부금 관련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후원금을 불투명하게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11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이용수 할머니께 원치 않은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회계 투명성 문제에 대해선 “공시에 나와 있는 것으로 피해자 지원사업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언론의 보도가) 너무 가혹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30년간 이 운동을 같이 해오며 가족같이 지내셨던 (이용수) 할머님의 서운함, 불안감,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할머니께 원치 않은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또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이자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전날 이 할머니를 만나 뵈려 노력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할머니께서 지금 굉장히 힘드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러 루트를 통해 직접 만나 뵐 거고 할머니 의사를 듣고 앞으로의 운동 방향과 관계를 재설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 남구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며, 30년 가까이 관련 단체에 이용만 당했다고 정의기억연대와 윤 전 정의연 이사장을 작심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후원금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정의연은 “최근 3년간 기부금 중 41%를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사용했다”며 “할머니들께 전달하는 사업이 아닌 할머니들의 건강치료지원, 정서적 안정지원, 비정기적 생활물품지원, 쉼터운영 등의 내용으로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1%를 제외한 나머지 후원금은 직접지원이 아닌 ‘간접지원’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여전히 의혹 해소가 안됐다”며 “지원사업비의 세부 항목이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에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어느 NGO가 (그런 것들을) 공시하고 공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가혹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생존하신 할머니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 마지막 가는 길을 살뜰히 보살펴 드리고 싶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의연의 국세청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6~2019년 4년 동안 정의연은 모두 49억여원을 기부받았지만, 피해자 지원사업에는 약 9억원을 사용했다. 나머지 금액은 모금사업과 홍보사업, 기림사업, 일반관리비, 대외협력사업 등에 지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12억8,000여만원의 기부금을 받은 2016년에는 피해자 지원사업에 270만원만 사용했다.
한 사무총장은 공시와 기부금 지출 내역에 수혜자 인원이 ‘99명’ ‘999명’ ‘9999명’ 등 임의로 표기한 것에 대해선 “부족한 인력으로 일을 진행하면서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한 부분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윤 전 이사장이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에는 “당시 공유했던 내용은 일본 언론에 나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2015년 12월24일 일본 언론에서 위안부 문제가 타결될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가 나서 일본 보도에 대해 (외교부에) 확인 요청을 했고 동북아 국장이 언론 보도가 잘못된 것이며 정부를 믿으라고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관련 언론 보도에 강함 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일궈낸 세계사적 인권운동사를 이런 식으로 훼손할 수 있을까”라며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때 용감한 피해자와 헌신적인 활동가·연구자들이 이 운동을 만들어왔다. 여러분(기자)이 그 역사를 알고 있는지 솔직히 의구심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