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경제재개 움직임 속에 미국 증시가 반등세를 이어가면서 항공·레저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급락한 위기 업종을 사들이는 ‘해외 주식 직구족’이 늘고 있다. 낙폭이 클수록 반등장에서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국내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기업의 주식으로 나타났다. 항공여객 수요 감소로 실적이 악화한 델타항공(1,812만달러)과 보잉(1,679만달러)이 나란히 5·6위를 차지했고 8위에는 크루즈선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지난 4월 주가가 폭락한 크루즈 업체 카니발(1,421만달러)이 이름을 올렸다. 9위는 지난달 임차인의 임대료 지불을 연기한다는 소식에 급락한 EPR프로퍼티스(1,403만달러)였다. 이외에도 원유공급 과잉 현상으로 이례적인 호실적을 발표한 유조선 선사 유로나브(1,437만달러)가 매수 순위 7위를 기록하는 등 반등장에서 고위험 종목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이들 종목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일제히 상승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8일(현지시간) EPR프로퍼티스는 6.87% 급등한 27.3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달 저점인 19.80달러에서 한 달 새 38.28% 올랐다. 같은 날 카니발 역시 5.03% 상승한 14.21달러를 기록했다. 바닥을 찍은 지난달 2일 종가(7.97달러)를 78.29%나 웃도는 수준이다. 델타와 보잉도 각각 4.80%와 3.72%씩 올라 미국 대표 지수인 다우존스지수의 상승률(1.91%)을 넘어 강세를 보였다. 이달 초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이 7조원가량의 델타·아메리칸 등 항공주 지분을 모두 매도한 후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최근 미국 증시는 경제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4월 미국의 실업률은 14.7%까지 치솟아 공식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지난주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경기회복 기대감에 2.56%나 상승했다. 따라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실과 기대는 궁극적으로 수렴된다”며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면 일시 해고의 상당 부분이 일자리로 복귀하겠지만 기업이익 악화로 인해 속도와 폭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점과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 등이 우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