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대체 육류가 최근 웰빙 열풍과 동물 복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체 역시 대체 육류 관련 상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시장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특히 기존 대체 육류에 대한 거부감을 줬던 이질적인 식감 등을 크게 줄인 실제 고기에 근접하는 맛과 식감까지 갖춘 상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비건(Vegan,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배제한 엄격한 채식)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11일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CFRA는 2018년 약 22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116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대체육 시장의 빠른 성장세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건강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015년 햄버거 패티를 비롯한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해 심각한 우려와 논쟁을 촉발했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육류 대체품의 성장 전망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닐슨 자료에 따르면 식물성 육류의 판매량은 2018년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6억7,000만 달러를 기록한 반면 동물성 고기 판매량은 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미국에서는 두툼한 고기를 앞세우며 정통 버거의 자존심을 강조하던 버거킹도 일부 지역에서 고기 없는 와퍼 판매를 개시했다. 크리스토퍼 피나조 버거킹 북미 회장은 “체인점주, 사무실 직원, 동업자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더니 아무도 (기존 버거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에서 출시한 ‘고기대신’ 시리즈
여기에 최근 미국 등에서 코로나 19로 인해 육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체 육류가 반사 이익을 받고 있는 것도 성장세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육류 생산업체인 타이슨 푸드와 스미스필드 푸즈 등의 공장이 문을 닫는 등 미국 내 육류 생산 능력의 최대 80%가 코로나 19 여파로 생산을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 대신 육가공 작업자들이 촘촘히 서서 작업을 하는 등 대표적인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육가공 산업 특성상 코로나 19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고기 공급 중단에 의한 가격 상승으로 대체 육류를 찾는 소비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대체육 제조 업체인 ‘비욘드미트’의 지난 1분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141% 증가했고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는 등 소비자들이 대체 육류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출시한 ‘고기대신’ 시리즈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국내 유통업체들도 대체육류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비건 소비자도 꾸준히 늘어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나타나는 등 대체육류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는 과거 순식물성 원료로 달걀 대신 기능성 대두를 사용해 만든 ‘해빗(Hav’eat) 건강한 마요’를 출시했으며, 롯데마트의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마트몰을 통해 약 570여 가지 비건 상품 특별전을 진행하는 등 소비자들의 니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이번에 출시하는 ‘고기 대신’ 시리즈도 고기, 햄 없이 밥을 못 먹는 아이들부터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을 걱정하는 실버층과 채식주의를 통칭하는 ‘비거니즘’ 열풍의 확산으로 증가하고 있는 비건인들을 겨냥한 상품이다. ‘고기 대신’ 시리즈는 기존의 푸석하고 이물감이 느껴지는 콩고기 상품의 품질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기와 가장 가까운 식감을 낼 수 있도록 곤약과 해조류를 이용해 최적의 식감과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고기 대신’ 시리즈는 ‘비건 양념 순살 후라이드’, ‘비건 한입까스’ 등 총 6종이다.
롯데마트 윤지영 축산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안전한 먹거리, 착한 소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다양한 대체육 상품군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