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앞줄 왼쪽) 등 롯데 선수들이 지난 8일 승리 뒤 팔뚝을 부딪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KT전에서 3점 홈런을 치고 3루 베이스를 도는 딕슨 마차도(오른쪽). /연합뉴스
“일단 즐기자” “아직 이르다.”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의 ‘봄바람’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둘로 나뉜다. 지난 시즌 48승3무93패(승률 0.340)의 꼴찌 롯데가 10일까지 올 시즌 개막 5전 전승을 달리자 인터넷 게시판과 기사 댓글의 반응은 ‘올해는 뭔가 다르다’는 장밋빛 전망과 ‘시즌 초반이라 평가하기에 이르다’는 시각으로 엇갈리고 있다. 올해처럼 개막 5연승을 기록했던 2013년에 롯데는 최종 5위로 시즌을 마쳤다.
5경기 기록만 보면 충분히 기대를 키울 만큼 투타 균형이 이상적이다. 롯데는 올 시즌 팀 투구 수 최소 1위(681개)를 기록 중이다. 1경기가 비로 취소돼 6경기를 치른 네 팀과 직접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기는 해도 의미 있는 기록임은 분명하다. 그만큼 투수들이 답답한 ‘볼 질’ 대신 공격적인 투구를 펼친다는 뜻이다. 디펜딩챔피언 두산 베어스(5경기 810개)보다 투구 수가 월등하게 적다. 롯데는 볼넷 11개로 최소 1위이고 몸 맞는 공 허용도 10개 팀 중 유일하게 0개다. 탈삼진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홈런(4개)과 안타(36개)도 가장 적게 내줬다.
이렇게 투수진이 빠른 승부로 수비를 일찍 마무리하면 야수들의 컨디션도 올라가 공격 이닝에 도움이 되게 마련이다. 롯데 타선은 홈런 9개와 장타율 5할로 두 부문 모두 NC 다이노스와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잔루 최소 1위(30개)가 말해주듯 찬스에 강했고 희생플라이도 5개로 가장 많다. 롯데는 지난 10일 SK 와이번스전에서 7회에만 4점을 뽑는 등 5경기 총 득점 가운데 66.6%(36득점 중 24점)가 7회부터 올린 점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만 아니었으면 부산 사직구장은 이미 난리가 났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진다는 건 도대체 뭘까” “앞으로 (전승까지) 139승 남았다” “탑데(톱+롯데) 나 죽어” 등 과장을 더한 익살스러운 댓글을 남기며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외국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는 ‘킹슨 갓차도’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비가 좋아서 뽑았더니 3홈런(공동 1위) 8타점(공동 3위)의 불방망이까지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7년 만에 개막 5연승을 달린 롯데는 이번주 초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다. 지난해 우승팀 두산을 12~14일 사직 홈구장으로 불러들인다. 두산은 불펜 평균자책점이 꼴찌(9.17)에 머물 만큼 시즌 초반 뒷문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1~3선발 라울 알칸타라-이영하-크리스 플렉센이 나설 차례라 장원삼-서준원-박세웅의 롯데에 이름값에서 앞선다. 롯데가 선발 카드의 열세마저 극복하고 위닝 시리즈(2승1패 이상)를 챙긴다면 부산 갈매기 돌풍은 무섭게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부친상을 치르고 7일 귀국한 선발의 한 축 아드리안 샘슨도 2주 자가격리를 거친 뒤 이르면 이달 말 가세한다.
KBO리그가 미국 ESPN 중계를 타고 글로벌 인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롯데 팬들이 부쩍 늘어난 분위기다. “예전에는 한국 문화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롯데의 열렬한 팬이 됐다”고 트위터에 소개 글을 적는 해외 팬이 생기는가 하면 “왜 마차도가 아직도 하위타선에 있나. 그는 롯데의 최고 거포”라고 훈수를 두는 사람도 있다. 미국의 유명 투구분석가 롭 프리드먼은 2경기에서 삼진 15개를 뺏은 롯데 선발 댄 스트레일리를 주목하며 그의 낙차 큰 체인지업, 속구와 구분이 어려워 더 까다로운 슬라이더를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뒤 코치진 26명 중 11명을 내보내고 R&D 팀을 확대한 성민규 신임 단장의 결단 또한 해외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인 성 단장은 11일 인스타그램에 영화 ‘머니볼’의 한 장면을 올린 뒤 “대략 50번째 보는 머니볼…볼 때마다 느끼는 건 남들의 평가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