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날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을 추모하기 위해 주민들이 고인이 생전 생전에 근무하던 경비 초소에 마련된 분향소에 모여있다. /연합뉴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항상 밝고 친절하시던 분이었었는데...”
입주민의 ‘갑질’과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A씨를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 초소에는 전날부터 작은 분향소가 마련됐다. 택배 보관용을 쓰이던 탁자 위에는 A씨를 추모하는 국화꽃 한다발과 막걸리, 향초가 놓였다. 경비실 창문에는 주민들이 손수 적은 애도의 포스트잇이 가득 붙었다.
포스트잇에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억울함이 풀릴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아저씨 항상 웃으며 인사해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세요”, “주민을 위해 노력해주신 분을 떠나 보내게 돼 안타깝습니다” 등의 글이 적혔다.
분향소에 막걸리 한 잔을 따라 올린 아파트의 한 주민은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너무 허망하다”며 “(고인은) 항상 주민들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새벽부터 빗자루를 들고 성실하게 일하시던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차가 뭐라고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며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말도 안 된다. 가해자가 엄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주민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50대 A씨는 전날 오전 2시께 자신의 집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자신이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극단적 선택의 배경에는 한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11시께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문제로 50대 주민 B씨와 시비가 붙었고, B씨는 A씨를 폭행한 뒤 관리사무소로 끌고 가 경비 일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달 27일 B씨는 A씨를 CCTV 사각지대인 경비초소 안에 있는 화장실로 끌고 가 여러 차례 폭행하기도 했다. A씨는 결국 이튿날 상해 혐의로 B씨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B씨가 고소인 조사를 받기 전에 숨졌다.
한편 B씨는 자신이 이웃들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며 지난달 A씨를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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