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제약업계 전반에 매출 부진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가운데 신약 관련 낭보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지 주목된다. GC녹십자(006280)의 ‘헌터라제’와 한미약품(128940) ‘오락솔’ 등은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관문 돌파를, 유한양행(000100)과 종근당(185750)은 항암제 신약의 임상 성과 성적표 공개를 앞두고 있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몸 속 분비계통 장애를 일으켜 성장을 늦추거나 청력을 떨어뜨리는 희귀병 헌터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는 ‘헌터라제’의 중국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신청한 뒤 1년이 다 돼가는 만큼 업계에서는 이르면 상반기 중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헌터라제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우선심사대상에 지정된 점도 이런 시각에 힘을 싣는다.
다만 녹십자는 연내 허가로 범위를 더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2012년 출시된 헌터라제의 연간 매출액은 약 400억원 가량으로 이 가운데 190억원 정도가 국내에서 발생한다. 세계적으로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다국적기업 젠자임의 엘라프라제와 헌터라제 뿐인데 현재 중국에서는 헌터라제만 허가 신청을 했다. 국내 헌터증후군 치료제 시장이 약 300억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중국 시장이 열릴 경우 적지 않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녹십자의 한 관계자는 “중국 내 환자 수는 유병률(인구 10만~15만명 중 1명)을 볼 때 대략 3,000명 정도로 추정한다”며 “약값이 정해지지 않아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국내의 10배 이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십자 본사
한미약품의 경구용(먹는) 항암신약 ‘오락솔’은 상반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 신청이 기대된다. 이 약은 기존 정맥 주사용 항암제 ‘파클리탁셀’을 먹는 방식으로 바꾼 신약으로 한미약품의 플랫폼기술 ‘오라스커버리’가 적용됐다. 한미약품은 2011년 미국 바이오제약 기업 아테넥스에 이 신약을 수출했다. ‘오락솔’은 미국 FDA의 혈관육종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고 유럽에서도 장기와 뼈, 피부를 제외한 연조직육종 치료 희귀의약품에 지정됐다. 상반기 중 허가 신청이 이뤄지면 길게는 1년여간 심사를 마친 뒤 내년 상반기 허가와 시판이 가능해 전문의약품 매출 중심인 한미약품의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 얀센에 수출한 폐암치료 신약 레이저티닙의 국내 임상2상 결과가 이달 말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다. 유한양행은 2·4분기 중 얀센으로부터 레이저티닙 관련 일종의 성공보수인 ‘마일스톤’으로 약 3,500만달러를 수령할 예정이고 이미 세계 각국에서 임상 3상이 들어가는 만큼 2상 결과는 알려진 셈이지만 구체적인 자료들이 공개돼 관련업계의 눈길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종근당은 다음달 중 비소세포폐암 항암제 ‘CKD-702’ 전임상 데이터 공개가 예정됐다. 이미 국내에서 임상 1상에 진입한 가운데 오는 6월 온라인으로 열리는 미국 암연구학회(AACR)에서 전임상의 세부 데이터가 발표된다. 종근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임상 초기 단계여서 진행 경과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병원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면서 제약업계 전반이 전문의약품 매출 감소로 어려운 상반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약 개발의 성과는 새로운 반전의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매출이 들썩거리는 변동성을 줄이려면 다양한 신약 개발로 제품군을 다변화하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