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정식 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오승현기자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이 본궤도에 오르고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석방되면서 조 전 장관 일가 재판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정에서 조 전 장관은 전직 검사와, 정 교수는 현직 검사와 맞서게 되면서 이들 부부와 전·현직 검찰의 심리전이 예고된다.
먼저 주목되는 것은 조 전 장관과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의 입장 차다. 이 전 특감반장은 검사 출신으로 지난 2016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로 온 인물이다.
조 전 장관 측은 과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은 정상적으로 종료된 것이지 비정상적으로 중단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당시 감찰을 직접 담당했던 이 전 특감반장은 ‘감찰 중단’이 맞다는 입장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특감반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8일 열린 조 전 장관의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전 특감반장은 감찰이 통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수사기관에 해당 건이 이첩됐어야 했지만 상부 지시가 없어 이례적으로 이첩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검찰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감찰 중단이) ‘위에서 이야기됐다’고 말했을 때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느냐”고 물었고, 이에 이 전 반장은 “수석님(조 전 장관)이 결정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측은 이와 반대되는 주장을 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조 전 장관은 감찰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비위 사실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라고 한 것이 전부”라며 “감찰도 ‘중단’하게 한 게 아니라 ‘종료’됐다”고 강조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구속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돼 지난 10일 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정 교수와 수사 검사들간 대치도 한층 가팔라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교수가 구속 200일 만인 지난 10일 밤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되면서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오는 14일 열리는 자신의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비리 등 혐의 공판에 불구속 상태로 출석할 예정이다.
구치소에서 풀려나 변호인과 사건 관계인 접촉이 자유로워진 정 교수는 방어권을 더욱 강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정 교수는 “구속 상태에서 10년도 더 된 일을 변론하려니 어렵다”며 줄곧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정 교수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달 내로 자녀 입시비리 의혹 관련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고, 내달부터는 사모펀드 비리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 집중 심리할 계획이다. 사모펀드 비리 혐의에 관해서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첫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향후 재판에서는 검찰과 증인, 신체가 자유로워진 정 교수의 법정 공방이 거세질 것”이라며 “정 교수는 변호인들과 입시비리 의혹 심리 때보다 자주 상의하며 훨씬 촘촘한 논리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조건부 석방인 보석 결정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주거 제한 등의 조건을 받지 않았다. 다만 증거인멸이나 도주를 시도할 경우 다시 구속될 수 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