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성동구 보건소에서 이태원을 방문했던 시민들이 거리를 두고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소 106명으로 늘며 감염자가 꼬리를 무는 ‘n’차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역 내 ‘조용한 전파’가 이미 진행된 뒤 여러 사람으로부터 동시다발적인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일 정오 기준 이태원 관련 누적 확진자가 102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첫 환자가 나온 뒤 엿새 만이다. 클럽 방문 관련이 73명, 접촉자가 29명이다. 이후 서울시에서 4명이 추가 ‘양성’ 판정을 받으며 최소 106명까지 늘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태원 집단감염은) 다양한 진앙·근원을 가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연휴에 전 지역에서 ‘조용한 전파’가 진행되다 밀집된 환경에서 환자가 늘어나 발견한 상태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날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곳곳에서 발생하며 이 같은 시각에 힘을 실었다. 인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22세 남성은 이태원 방문 이력이 없지만 홍익대 인근 주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n’차 감염 가능성도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열두 번째 확진자는 7일 오후 창1동의 노래방을 방문한 뒤 열이 나 12일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도봉 10번 확진자와 노래방에 있던 시간이 겹친다. 도봉 10번은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관악구 46번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이들 간 전염 경로가 확실하다면 3차 감염까지 나타난 셈이다. 더욱이 도봉 12번 환자는 노래방을 찾은 후 8~10일 독서실과 PC방에도 들러 추가 전파 가능성이 있다. 부천에서는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와 그로부터 감염된 어머니, 이들 모자의 접촉자만 53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감염 확산을 빠르게 차단해야 하지만 방역은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선 ‘슈퍼 전파지’로 꼽히는 5개의 클럽(킹·트렁크·퀸·힘·소호)에 4월24일~5월6일 방문한 5,517명 가운데 1,982명은 여전히 연락불통이다. 성소수자들이 주로 다닌 유흥시설이다 보니 방문자 작성 명부 중 다수가 허위기재였던 탓이다. 서울시는 급한 대로 경찰과 통신사 협조로 코로나19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에 근처에 있었던 기지국 접속자 1만905명의 전체 명단을 확보해 진단검사를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다만 이들이 실제 클럽에 방문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어 서울시가 내린 ‘검사 이행 명령’ 대상자가 아닌 만큼 오로지 자발적인 검사 참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역학조사 결과 이번 집단감염의 첫 확진자인 ‘용인 66번’과 동선이 다른 환자 2명, 증상발현일(2일)이 같은 환자 1명이 확인된 점도 걱정스럽다. 전날 이태원 5개 클럽과 다른 클럽 ‘메이드’ 방문자 가운데서도 확진자가 나왔는데 메이드는 ‘용인 66번’ 환자가 방문하지 않았을뿐더러 5개 클럽과도 거리가 있다. 다른 확진자는 또 다른 이태원 클럽 ‘피스틸’을 다녀갔다.
방역당국은 이번 집단감염에 대해 최선의 상황은 한정된 유행을 초기에 발견한 경우로, 최악은 지역사회에 많은 전파가 이뤄진 후 지연 발견한 경우로 보고 있는데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엿새간 확산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은 셈이다.
방역당국은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이뤄졌더라도 접촉자를 90% 이상 찾아내면 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이태원 관련 검사 건수는 1만300건에 달하며 익명검사 도입 이후 검사량이 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당국은 첫 확진자가 나온 뒤 2주째인 다음주 수요일(20일)까지가 이번 집단감염의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지금도 지역사회 내 전파가 꾸준히 일어날 것”이라며 “사람이 많이 몰릴 수 있는 시설은 출입 숫자를 제한하는 등 강력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진혁·이주원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