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코로나19가 불러온 주식시장의 양극화

하재석 NH투자증권 퀀트전략 팀장

하재석 NH투자증권 퀀트전략 팀장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1년 동안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47%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은 591% 올랐다. 이 같은 성과 차이는 주식시장의 과거 역사와 다른 결과다. 주식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싼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주가수익률이 높으며 소형주가 대형주 대비 수익률에서 우위를 기록해왔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나스닥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주식시장을 선도하며 과거 데이터와 다른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가 급락 후 회복 과정에서도 가치주 대비 성장주의 강세와 소형주 대비 대형주의 강세는 더욱 심화됐다. 채권 역시 큰 폭으로 하락 후 회복 과정에서 안정적이며, 등급이 높은 투자등급 회사채가 하이일드 채권 대비 우수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 국채 금리 역시 미국과 독일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 반면 이탈리아 등 유럽 주변국 금리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인 자산 가격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양극화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중앙은행의 유동성 확대정책, 패시브 투자전략의 인기, 무형자산 가치 중심의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 저금리 환경, 미국 대형성장주의 막대한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요소들이 지목되고 있다. 주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업 실적이다. S&P500 기업의 1·4분기 실적 시즌이 진행 중인 4월 말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이익증가율이 높은 업종은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정보기술(IT) 순이다. 반면 금융·산업재·소재·에너지 등 ‘구경제’를 대표하는 업종은 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이익으로 보면 IT·커뮤니케이션 등 기존 나스닥 대형성장주로 대표되는 업종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의 피해는 온라인·콘텐츠 등 현재 주도주가 속한 산업보다 전통적인 산업에서 더 크다. 이에 전통적인 산업에 속하는 기업 실적에 더욱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주요 주식시장 가운데 코로나19 영향에서 가장 벗어나 있는 중국 주식시장에서도 소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성장주 업종의 주가수익률이 우수하다. 2019년 이후 헬스케어·IT를 비롯해 온라인 유통 등 소비재 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정부 정책 역시 5G(5세대)·인공지능·데이터센터 등 신형 인프라 투자와 소비 진작 등 ‘신경제’ 관련 산업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 주식시장에서도 당분간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로 대표되는 IT·헬스케어·소비재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업종의 주가수익률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기술주 중심의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이 바뀐다면 현재 주도주 역시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다. 다만 그 시기를 특정하기는 쉽지 않으며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인만큼 당분간 기존 주도 업종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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