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의 동양서림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사진제공=문체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지역 서점 동양서림과 위트앤시니컬을 방문했다. 코로나 19에 대한 소규모 지역 서점의 방역 대응 상황을 직접 확인하는 동시에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는 지역 서점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지역 서점 생존 대책 마련이 방문의 주 목적이었지만 ‘책 담당’ 부처 수장인 박 장관이 이날 서점에서 직접 고른 책에도 관심이 쏠렸다. 문체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날 고심(?) 끝에 ‘타인의 해석’ 등 7권을 구매했다.
■타인의 해석-상대를 잘 안다고 착각하지 말라
‘아웃라이어’ ‘티핑포인트’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저자 말콤 그래드웰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국내에는 지난 3월 첫 선을 보였다. 책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여러 사건과 다양한 학문적 연구결과를 지그재그로 오가며 우리가 타인과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쉽게 저지르는 여러 오류를 조목조목 따진다. 그리고 이런 오류가 발생하는 원인을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서성일 수 밖에 없는 인간 본성에서 찾아낸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하며, 타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결코 자만하지 말라는 게 저자가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다.
■고민 끝에 얻은 힘이 강하다-고민하는 힘
재일교포 정치학자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가 쓴 책이다. 1950년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학교를 다녔던 그는 성장 과정에서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와세다대 정치학과 학생 시절 처음 한국을 방문한 후 일본 이름을 버리고 ‘나가노 데츠오’를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본명을 쓰기 시작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젊은 시절 고민의 가치를 강조한다. 또 개인의 고민이 결국 사회와 국가로 확장된다고 말한다.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통해 고민하는 방법을 말하는 이 책은 2008년 일본에서 먼저 출간됐고, 당시 1년 만에 100만부 이상 팔려 일본 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다.
■타자와 연대하며 자아 찾기-작별인사
지난 2월 김영하 작가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이다. 서점이 아닌 월정액 독서앱 ‘밀리의 서재’의 종이책 정기구독서비스를 통해 먼저 출간하는 방식을 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책은 통일된 한국의 평양을 무대로, 자신을 인간으로 알고 있던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인 소년이 납치되면서 펼쳐지는 모험과 성장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장편소설이지만 분량이 많지 않고 장르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13일 동양서림과 위트앤시니컬에서 구매한 도서 7종./사진제공=문체부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등 시집도
박 장관은 동양서림 2층에 위치한 시집 전문서점인 위트 앤 시니컬에서도 시집 4권을 골랐다.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은 위트 앤 시니컬의 대표인 유희경 시인의 시집이다. 박준 시인의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신철규 시인의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와 간결한 3행 동시 100편을 담은 유강희 시인의 ‘손바닥 동시’도 함께 박 장관의 손을 거쳐 서점 계산대에 올려졌다.
한편 박 장관은 현장에서 “지역 서점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서점이 도서뿐 아니라 문화를 나누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개선하겠다”며 “사람들이 맛집을 탐방하는 것처럼 고유의 매력을 가진 지역서점을 더욱 많이 찾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더해 박 장관은 “지역서점에 대한 부족한 지원 예산과 수단을 개선하기 위해 출판문화산업진흥법상 지역서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역서점 대상 도서의 적시 배송, 도서 공급률 인하에 기여할 수 있는 배송체계를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