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실내생활 늘어난 내 아이…근시 진행 빨라질라

잘때 각막 누르는 렌즈 끼거나
하루 1회 아트로핀 안약 점약
근시 진행속도 43~50% 늦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거리 두기와 온라인수업 등으로 소아·청소년들이 집안 등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는 환경적응 능력을 떨어뜨려 알레르기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컴퓨터게임과 스마트폰 동영상 보기, 온라인수업 등으로 가까운 곳을 주시하는 ‘근거리 작업’을 과도하게 하다 보면 거리에 따라 눈 속 수정체의 두께가 조절되면서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주는 능력이 떨어져 근시 진행도 빨라진다. 예방 및 치료방법을 알아본다.


◇고도근시 소아청소년, 성인 돼 녹내장·망막손상 위험 커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공 모양의 안구가 커지고 앞뒤로 길어지면서 근시가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근시는 망막 위에 맺혀야 하는 초점이 망막의 앞에 맺혀 가까운 곳은 잘 보지만 먼 곳에 있는 물체는 잘 안 보인다.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64.6%가 근시(경도 40.2%, 중등도 19%, 고도 5.4%)다.

일반적으로 근시는 5~15세에 진행되며 8~10세 안팎에서 진행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이 무렵 경도근시(굴절도수, 즉 디옵터 -0.5 이하 -3 초과)에서 고도근시(디옵터 -6 이하)로 진행되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근시가 심해질수록 안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시신경 조직인 망막이 얇아진다. 어려서 고도근시가 되면 성인이 돼 망막에 구멍이 나거나 찢어지는 망막열공·박리, 망막신경절세포가 소실되거나 시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녹내장 등으로 시력손상의 위험이 커진다. 근시는 일반적으로 19세쯤 되면 진행이 안 되지만 고도근시는 평생 진행되는 것도 문제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의 연령별 근시환자 수에 따르면 2019년 전체 근시환자 약 120만명 중 10~19세가 36%(43만여명)로 가장 많았고 0~9세가 21%(약 25만명)로 그 뒤를 이었다. 10명 중 6명가량이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2008~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부모 중 1명 또는 모두가 근시이면 소아청소년 자녀의 고도근시 유병률이 최고 11.4배까지 높았다. 2,344 가정의 5~18세 소아청소년 3,862명(평균 11세)과 부모(평균 부 43세·모 40세)의 시력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근시가 있는 부모의 자녀는 유전적 요소를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크고 장시간의 스마트폰 사용과 컴퓨터게임 등 근시 발병·진행을 악화시키는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근시 진행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햇빛 쬐며 야외활동 하면 도파민 분비, 안구 정상 성장 도와

소아청소년기 근시를 예방하려면 독서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이용 시 35㎝ 이상 거리를 띄우고 50분 간격으로 5분 이상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매일 햇볕을 쬐는 등 야외활동을 많이 하면 근시 진행이 늦춰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자녀가 부모나 또래 아이들과 야외에서 함께 운동하거나 노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김세경 누네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원장은 “햇빛이 시신경을 통해 눈 속으로 들어가면 망막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돼 안구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며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도파민의 분비 리듬이 교란되면서 안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 근시가 초래된다고 알려져 규칙적인 야외활동으로 근시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자녀가 경도근시라면 잠을 잘 때 ‘근시교정렌즈(드림렌즈·LK렌즈 등 각막굴절교정렌즈)’를 끼도록 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이 렌즈가 눈의 바깥쪽 각막 중심부를 눌러 망막과의 거리를 좁혀주기 때문에 깨어 있는 동안 안경을 쓰지 않고도 시력교정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시과학연구회(IOVS)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논문에 따르면 근시인 만 6~10세 어린이 102명을 드림렌즈 착용자와 안경 착용자로 나눠 2년간 추적관찰했더니 드림렌즈 착용자의 근시 진행이 43% 억제됐다. 7~8세에 시작하면 효과가 더 높았다.

약시 치료에 쓰이는 아트로핀 안약을 점안해도 아이들의 근시 진행을 50%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임동희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근시교정렌즈 대신 안과 진단·치료 때 눈동자(동공)의 크기를 크게 하는 아트로핀 성분의 산동제(점안제)를 100~200배로 희석해 하루 1~2방울 점안하는 것도 안전하고 근시교정렌즈와 비슷한 근시 진행억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어린이가 시력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김안과병원

◇만 2세-사시, 3세-약시, 6세-안경 필요성 검사를

신생아는 큰 형태만 인지하다가 생후 3개월 무렵 눈을 맞추고 따라 보게 된다. 이후 시력이 급격하게 발달해 6세가 되면 거의 성인 수준에 도달하고 만 8~10세를 전후해 완성된다. 이때 안경을 끼고 볼 수 있는 최대교정시력이 0.5라면 평생 0.5 이하의 교정시력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 정도면 약시인데 초등학교 입학 후 눈의 이상을 발견하더라도 이미 치료하기에 늦은 경우가 적지 않다.

약시는 안경을 썼는데도 교정시력이 0.8 미만이거나 두 눈의 시력 차이가 시력표상 약 0.2 이상(부등시) 나는 경우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시 발생률은 2~2.5%. 시력발달 시기인 영유아 때 심한 굴절이상(원시·근시·난시), 사시, 눈꺼풀 처짐(안검하수), 선천성 백내장, 망막질환 등으로 인해 시신경과 망막이 적절한 시자극을 받지 못해 선명한 상이 맺히지 않아 발생한다. 안경 착용 시기가 너무 늦어도 약시가 생길 수 있다.

안경을 끼면 시력이 더 나빠지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다. 임현택 서울아산병원 소아안과 교수는 “안경은 선명한 망막상을 만들어 시각과 뇌 시각피질의 발달을 자극하고 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며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응수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만 1세에 사시, 3세에 약시, 6세에 안경 필요성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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