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벽에…현대·기아차 "수출보다 내수"

스팅어 '국내 프로모션' 시동
팰리세이드 등 국내 인기차종
해외주력모델보다 생산량 늘려
노조도 물량조정에 적극 협조


현대·기아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내수 판매가 수출보다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차종별 생산물량 조절과 각종 마케팅을 통해 신속하게 내수 판매량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노조 또한 위기 돌파를 위한 공감대 속에서 과거보다 합리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기아차는 13일 고성능 세단 스팅어의 내수 판매를 늘리기 위한 구매 프로그램인 ‘커스텀 플랜’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스팅어 2.0 가솔린 터보모델(개별소비세 감면 혜택 적용 3,447만원)을 구매할 경우 차량 가격의 80%인 2,750만원은 36개월 할부 기간이 끝나는 마지막 달까지 유예하고, 이에 대한 이자와 나머지 차량 가격 697만원에 대해서만 3.5% 금리를 적용받아 매월 28만원씩 납입하면 된다.


그동안 스팅어는 고성능 세단 수요가 많은 수출 시장을 주로 공략해왔지만 코로나19로 해외 판매가 여의치 않자 내수 판매로 핸들을 돌리기로 한 것이다. 올해 1·4분기 스팅어 내수 판매량은 738대에 그친 반면 해외 판매량은 4,207대였다. 기아차 관계자는 “내수 프로모션을 통해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스팅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수요에 따라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도 물량 조정을 통해 내수 대기 수요가 많은 팰리세이드·싼타페·아반떼·G80 등의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노조와 합의로 한번 정한 생산량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다른 라인의 생산량을 줄이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차량을 많이 생산해 대기 기간을 최대한 줄인다는 게 현대차의 계산이다. 최근 해외 판매가 주춤한 투싼 생산량을 줄이고 내수 대기가 긴 GV80 생산량을 월 1,000대가량 늘리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생산량 조절이 원활하게 이뤄진 데는 노조의 합리적인 자세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현대차는 노사 갈등뿐 아니라 노조 내부의 공장 간 물량확보 경쟁으로 인해 생산량 조절이 쉽지 않았다. 잔업·특근 여부에 따라 손에 쥘 수 있는 임금이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앞에서 노조도 달라진 분위기다. 올해 당선된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실리·합리 성향으로 분류된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발행한 소식지에서 “특근을 하는 공장과 하지 못하는 공장 간의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고민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내수 시장 중심의 생산이 불가피하며 팰리세이드·GV80 등은 내수 물량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게 큰 위안”이라고 밝혀 물량 조정에 대해 한층 유연해진 태도를 보였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현대·기아차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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