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GC녹십자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혈장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 과제로 제시한 비대면 의료·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공공의대 설립 관련법은 20대 국회 내에서 처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미래통합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대거 불출마 혹은 낙선하며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복지위 여야 간사들은 전체회의 일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을 통해 강조한 ‘코로나 방역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하는데 미래통합당 쪽에서 특별한 대답이 었다”고 했고 통합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은 “간사들 간에는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데 의원들이랑 협의를 해 보겠다”고 전했다. 여야 간사들 간에는 협의가 되고 있지만 문제는 낙선하거나 불출마한 야당 의원들이다. 통합당에선 이 의원만 충남 아산갑에서 당선되고 김세연·김승희·김명연·신상진·유재중·김순례·윤종필 의원은 모두 불출마하거나 낙선했다. 이들이 상임위 회의를 참석하는 데 난색을 표하자 이 의원은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와 관련해서 처리해줄 건 해주고 20대는 마무리 하는 게 안 좋겠느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비대면 의료법의 경우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반대하는 사안이었으나 최근 기류가 바뀌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자 민주당은 “의료 민영화와 연결된다” “1차 의료기관들이 붕괴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막는 데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진료·처방이 효과를 발휘하자 여당도 반대를 차차 거둬들이고 있다. 기 의원은 “국민적 공감대는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 발 진전된 건 사실”이라며 “조금 더 소통해서 토론하면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1차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 진료 플랫폼을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원격 진료가 종합·대학병원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되자 강선우 민주당 당선자가 이같은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강 당선자는 “1차 병원을 대상으로 환자들의 돌봄 수요를 연결하는 스마트 진료 플랫폼을 1호 법안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공공의대 설립법은 총선 때 ‘지역 공약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뤄진 후 아직까지 제자리에 서 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발의한 이 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을 위하여 국·공립대학에 국공립공공의료전담 의과대학을 설립하거나 이미 설치된 국공립대학 의대를 국공립공공의료전담 의대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전남 남원에 있는 서남대학교가 공공의대 후보로 거론되자, 야당은 이를 “총선용 지역 공약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지난 2월 반대하며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파행시켰다. 이 의원은 “취지는 좋은데 (통합당) 의원들이 반대했기 때문에 봐야 할 것 같다”며 “코로나와 연계시킬 일은 꼭 아니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를 국무청리 소속의 질병관리처로 승격하는 정부조직법은 지난 2017년 박인숙 통합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아직 복지위에 계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보건 2차관을 추가해 보건과 복지를 더 전문성 있게 다루도록 하는 복수차관제는 2016년 이 의원이 제안했지만 2017년 정부조직법에 ‘부대의견’으로 들어가는 데 그쳤다. 두 법안 모두 21대 국회로 공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