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고 있지만 천연가스만큼은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원유 파생상품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천연가스 파생상품에 속속 투자한 상황이라서 ‘원유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천연가스 생산 감소로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돼 향후 천연가스 가격 흐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대표적인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헨리 허브 6월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6.05%(0.10달러) 급락한 100만Btu(MMBtu·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량)당 1.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2.86달러였던 헨리 허브 선물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에 지난달 초 사상 최저 수준인 1.55달러까지 하락했다. 이후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과 유가 하락에 따른 원유 생산 감소,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며 지난 5일에는 2.13달러까지 반등하며 단위당 2달러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미국이 평년을 20%가량 웃도는 천연가스 재고 및 수요 감소 전망을 발표하면서 일주일 새 다시 24%나 떨어졌다.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면서 관련 상품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천연가스 관련 파생상품으로는 다우존스 천연가스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에서 내놓은 상장지수증권(ETN) 10종이 있다. 일반 상품인 신한 천연가스 선물 ETN(H)은 14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전일보다 3.49% 하락한 3,045원에 장을 마치며 2016년 10월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천연가스 레버리지 ETN은 이날만 7~9%대 하락률을 보였고 최근 5일 사이에는 40% 가까이 폭락했다. 저가 매수를 노린 신규 투자자가 꾸준히 유입되며 괴리율도 커지고 있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의 괴리율은 4.15%를 기록했다.
특히 천연가스 하락에 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잇다. 개인들은 최근 원유 ETN 투자에 나섰다가 괴리율 확대로 유가 반등에도 재미를 보지 못하자 천연가스 가격이 바닥이라고 판단하고 투자에 속속 뛰어들었다. 천연가스 투자에 나선 대다수 개인투자자가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상품에 몰리는 모습을 보이며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ETN 2종의 경우 이날까지 일주일간 개인투자자 순매수액만 288억원에 이르고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ETN의 경우도 순매수액이 145억원에 달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현재의 하락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고 결국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역사상 최저 수준인 유가로 석유 정제가 급감하며 그간 천연가스 가격을 짓눌러왔던 생산 과잉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천연가스의 12%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돼 원유가격 하락으로 원유 생산이 감소하면 천연가스 생산 역시 줄어들며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 아울러 올해 세계적으로 무더운 여름이 예고되며 첨두부하 때 쓰이는 천연가스 발전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낮은 수준의 가스시추공 수와 급감하는 원유시추공 수를 감안하면 미국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재 상황은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세를 제한할 것”이라며 “미국 헨리 허브 천연가스 가격은 연말까지 저점을 높이며 회복세를 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