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J제일제당 인력운영팀은 부서장들에게 “비용의 낭비요인 제거를 추진하고 조직 운영상의 중복 비효율 요인을 발굴, 적정인력을 도출하라”는 공문을 일제히 보냈다. 1·4분기 20% 가까이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도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상경영’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내부에서는 “더 졸라맬 허리띠도 없다”는 불만이 흘러 나올 정도. 이처럼 CJ그룹의 맏형격인 CJ제일제당이 허리띠를 졸라맨 것은 부진을 겪고 있는 CJ 일부 계열사와의 고통 분담 차원으로 해석된다.
14일 CJ 제일제당은 올해 1·4분기 매출은 16.2% 상승한 5조 8,309억원, 영업이익은 54.1% 증가한 2,759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비용 감소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공문은 내년도 사업예산을 수립하기 전 진행되는 통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내부에서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더하는 ‘주마가편’식 경영에 지쳤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CJ 제일제당은 코로나19에 따라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증가하면서 1·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급상승했는데 포상과 격려보다는 거듭된 비상경영에 피로도가 높다는 귀띔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이 비상경영의 고삐를 놓지 못하는 것은 CJ E&M, CGV 등 계열사들이 큰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CJ E&M의 올 1·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108억원과 397억원으로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7%, 49.7% 감소했다. 코로나19로 광고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CJ E&M 역시 대표 명의로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비상경영을 강조했다. CGV도 1·4분기 매출은 47.6%가 감소한 2,43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돼 -716억원을 기록했다. CGV는 최근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어려운 상황임에도 들어갈 돈이 많아진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CJ제일제당이 재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인재원 등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실탄을 확보한 CJ제일제당은 올해 1·4분기에 이어 2·4분기 역시 높은 매출 상승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비상경영이 지속되고 있고 점차 CJ제일제당의 곳간이 차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M&A 시장에 다시 CJ제일제당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