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미국 신발업체인 블루리본스포츠의 필 나이트 대표는 5년여 동안 지속해온 일본 스포츠화 메이커 오니츠카타이거와의 협력 관계를 끝내기로 결심했다. 새 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했다. 로고를 고민하던 나이트 대표는 포틀랜드주립대에서 그래픽아트를 전공하던 캐럴린 데이비드슨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얼마 후 데이비드슨이 몇 가지 디자인을 제시했는데 나이트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없었다.
다만 그리스신화 승리의 여신인 니케의 날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로고가 눈길을 끄는 정도였다. 나이트 대표는 대안을 생각했지만 시간이 촉박했다. 로고가 결정되지 않아 멕시코 공장에서 제품 생산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나마 괜찮다고 여겼던 니케의 날개 로고를 선택했다. 나이키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스우시(Swoosh)’ 로고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스우시는 ‘휙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는 의미로 육상트랙을 역동적으로 형상화했다.
1972년 스우시 로고를 단 운동화가 출시되자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 특히 우려와는 달리 로고에 대한 평가도 괜찮았다. 마침 1970년대 미국에 조깅 열풍이 불면서 블루리본스포츠 매출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1978년에는 아예 회사이름을 니케를 뜻하는 나이키로 바꿨다. 이후 나이키는 ‘에어 조던’ 농구화 등을 히트시키며 미국 스포츠 신발·의류·용품을 대표하는 선두주자가 됐다. 미국 포브스가 지난해 산정한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는 320억달러로 전 세계 스포츠 브랜드 중 1위다.
스우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경제 용어로도 종종 거론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의 회복 형태가 나이키 로고 모양(스우시형)을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경제 상황이 상당 기간 호전되지 않는 등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뜻이다. 실업이 급증하고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V자나 U자형 회복 예측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길어질 ‘코로나 터널’을 한국 경제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걱정이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