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만간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시스템반도체와 낸드플래시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지난해 4월 화성 극자외선(EUV) 캠퍼스 건설 현장에서 밝힌 ‘반도체 비전 2030’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는 한편 메모리반도체로 일군 ‘초격차’를 다지겠다는 포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5월 말~6월 초께 평택사업장을 방문해 시스템반도체와 낸드플래시 관련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다만 전날 평택 고덕 반도체 2기 증설 공사장 현장에서 근무하던 삼성물산 소속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향후 확산 양상이 이 부회장 방문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인 평택사업장은 현재 차세대 D램 미세공정화를 위한 EUV 라인이 지어지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에 따라 삼성전자가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공장이 들어서며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를 아우르는 생산거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해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할 당시 직접 평택에 파운드리 증설을 시사한 만큼 이번에도 직접 나서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정책을 통해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를 신성장 산업으로 강력하게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최근 이 부회장의 광폭 행보와도 관련이 깊다. 이 부회장은 이달 6일 대국민 사과 발표 후 첫 공식 행보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모빌리티 사업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로 대표되는 커넥티비티 산업과 미래차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산업은 결국 융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평택사업장 추가 투자 규모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2030 반도체 비전 당시 삼성전자가 밝힌 계획대로라면 추가 투자 규모는 예상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비전 2030에서 밝힌 12년간 총 투자금액은 133조원이며 연구개발(R&D) 비용인 73조원을 제외한 순수 장비 투자 금액은 60조원 정도다. 연간 5조원 수준이다. 평택에 지어질 새 파운드리 공장은 3㎚ 공정이 주력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미세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설비 기술자들의 대륙 간 이동이 어려워진 점 등은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는 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평택사업장은 메모리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1A로 불리는 차세대 D램부터 EUV 공정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평택캠퍼스에 D램을 주로 생산하는 P2 라인과 EUV를 활용한 P3 라인을 짓고 있는 만큼 EUV를 적용한 D램의 본격 양산 시점을 올해 말로 보고 있다. 낸드플래시도 지난해 불황기를 거치며 쌓였던 재고들이 올 2·4분기 들어 거의 소진되면서 추가 투자 필요성이 커졌다. 차세대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평택사업장은 중국 시안공장과 함께 3D 낸드 생산기지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것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는 시황을 타는 데 비해 시스템반도체는 매출이 안정적인데다 미래 성장 잠재력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1·4분기 삼성전자의 전체 반도체 매출은 감소했지만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늘어나 4조5,000억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평택사업장 방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투자와 관련한 내용은 아직 미정이며 평택캠퍼스의 활용 방안을 놓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