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4일(현지시간) 이 괴질을 ‘소아 다기관 염증증후군(multisystem inflammatory syndrome in children, MIS-C)’으로 명명하고 건강 경보를 발령했다. 의사들에게는 의심 증상 환자를 보건당국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상 면역·염증반응 추정= CDC가 제시한 MIS-C 진단 기준은 코로나19 환자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는 21세 미만 소아·청소년 가운데 △24시간·38℃ 이상의 고열 △혈액검사에서 비정상적인 염증지표가 나타났거나 심장·신장·호흡기·피부·혈액·위장관·신경기관 중 둘 이상의 문제로 입원이 필요한 경우 등이다. 감염된 적이 있는 아이들은 코로나19 유전자검사에서 음성(바이러스 유전자 미검출)으로 나왔지만 항체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 자신도 모르게 감염돼 항체까지 형성된 경우다.
왼쪽은 코로나19 환자에서 분리된 바이러스(노란색)를 투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 오른쪽은 코로나19 관련 염증증후군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영국의 만 2세 어린이. /출처=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데일리메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소아 다기관 염증증후군(MIS-C) 사례 정의>
21세 미만 소아·청소년 중
①고열, 비정상적 염증지표, 심장·신장·호흡기·혈액·위장관·피부·신경기관 중 둘 이상의 문제로 입원 필요
②코로나19 유전자·혈청·항원검사 결과 양성이거나 증상 발생 전 4주 이내 코로나19 노출
③24시간·38℃ 이상의 고열
④비정상적 혈액검사 결과: △C-반응성 단백질(CRP), 적혈구 침강속도(ESR), 인터루킨(IL)-6 등 상승 △호중구 증가 △림프구·알부민 감소
⑤가와사키병 증상자 가운데 MIS-C 사례 정의 충족자
왼쪽은 코로나19 환자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왼쪽 오렌지색)로 심하게 감염된 세포(파란색)를 주사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 오른쪽은 바이러스(노란색)를 투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 /출처=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서 한 구급대원이 영아 발열 환자를 보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시에 따르면 어린이 환자들은 모두 지속적인 고열에 시달렸다. 절반 이상은 발진·배앓이·구토·설사 증상을, 절반 이하는 호흡기질환 증상을 보였다. 호흡곤란으로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환자도 있다. 환자 상당수는 눈 충혈이나 피부발진, 혀가 빨개진 증상에서 혈액순환 문제까지 전반적으로 염증반응과 관련된 증상을 보였다. 코로나19 감염으로 비정상적인 면역·염증반응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와사키병과 증상 비슷하지만 심장 쇼크 많은 차이점도= 고열·발진 등은 소아에게 나타나는 급성 열성 염증질환인 가와사키병과 비슷하지만 심장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뉴욕 프레즈비테리언 어린이병원과 컬럼비아대 소아중환자실 책임자인 스티븐 커니 박사는 “가와사키병에서는 심장 쇼크가 드물게 나타나지만 코로나19 관련 어린이 환자 중 상당수는 혈압이 매우 낮고 여러 장기에 (산소·영양소를 공급하는) 혈액이 효과적으로 공급되지 못하며 독성 쇼크 증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증상을 보인 일부 어린이는 호흡곤란으로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는데 폐에 국한된 질환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유럽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의 파파지오반니병원은 최근 5년간 가와사키병 환자 19명을 치료했는데 올해에는 지난 2~4월에만 어린이 괴질 환자 10명을 치료했다. 의료진이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사망자는 없지만 증세는 가와사키병보다 심각했다. 심장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컸고 5명은 가와사키병 환자에게서 나타나지 않았던 쇼크 증세를 보였다.
◇가와사키병은 5세 이하 영유아에게 주로 발생= 국내에서도 3월 초 대구지역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던 어린이 1명이 가와사키병 증상으로 보호자 1명과 함께 대구의료원으로 이송 조치됐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경미하다고 생각했던 어린이에게서 코로나19가 당초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확인됐다”면서도 “다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대증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면 호전돼 퇴원하므로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가와사키병은 주로 5세 이하 영유아(10만명당 195명)에게 발생하는 급성 열성 혈관염이다. 유전학적 요인이 있는 아이가 감기 바이러스 등 다양한 병원체 감염으로 비정상적인 면역·염증반응이 일어나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열제를 먹어도 잘 듣지 않는 38.5℃ 이상의 고열, 손발·몸통·얼굴 등에 생기는 붉은 반점 등이 전형적인 증상이다. 입술·혀·구강점막·목 임파선 등이 부어오르고 눈이 충혈되며 설사·복통·두통·소화장애를 동반할 수 있다. 이런 급성기 증상은 1~2주가량 지속되는데 전형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심한 염증이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가와사키병 환자에게는 관상동맥의 상태와 열 조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심장초음파·혈액검사 및 면역글로불린(Ig) 정맥주사 등의 치료를 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관상동맥에 별다른 후유증 없이 회복하지만 3~4%는 관상동맥류 등 심혈관계 후유증이 남는다. 재발률은 1∼3%, 사망률은 0.01% 정도다. 천은정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가와사키병 진단을 받은 어린이의 혈액 내 미성숙 과립구(백혈구 세포 중 하나) 비율이 5.5% 이상인 경우 관상동맥 합병증 발생률이 높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