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통합당, 뇌가 없다"…무너진 싱크탱크 지적

단기요인 '코로나19'·장기요인 '적응 실패'
"보수 세력 대신 '586', 거대한 사회 변화"
통합당의 뇌, 여의도연구원의 몰락
막말 논란·탄핵의 강, 세대교체 필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오전 유의동·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5일 “까놓고 말해 미래통합당은 뇌가 없다”며 야당의 싱크탱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진 전 교수는 유의동·오신환 통합당의원이 주최한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강연자로 초청돼 통합당의 4·15 총선 참패 원인을 진단했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 참패의 단기 요인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라며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참패했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어 “코로나19가 없었더라도 이 당은 졌을 것”이라면서 통합당이 달라진 정치 지형에 적응하지 못했고, 그 원인으로 여의도연구원의 몰락을 지목했다.


진 전 교수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지형이 변했는데 보수세력이 이 거대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왔고 모든 것에 있어 한국사회 주류가 바뀌었다”면서 산업화 신화를 이룬 보수 대신 벤처와 IT 업계의 주를 이룬 ‘586’이 주류가 됐다고 설명했다. 민간에선 신라젠 펀드나 ‘브이아이티디지털’ 등 금융자본이 사람들의 관심사에 오르고, 국책 사업에선 태양광, 배터리사업이나 와이파이 설치 등 IT 계열 사업이 부흥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겸심의 펀드가 이런 것들과 유관한가 의심하는 것. 이게 바로 비리의 양상이, 권력의 커넥션이 달라졌다는 것”이라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미래통합당의 여의도연구원이 더 이상 ‘싱크탱크’로서 기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의도연구원이 망가졌다. 여론조사도 안 맞더라”면서 “정보화 세대가 뭘 원하는지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의도연구원이 놓친 것 중 하나가 바로 ‘보수 이야기’다. 그는 “보수주의자들이 보수정당 지지할만한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여당의 조국 프레임에 맞서는 ‘공화주의’를 제안했다. 그는 “저들(여권)이 무너뜨린 것은 공정이다. 공적 이익을 자꾸 사적으로 만들며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조국이 잘렸지만, 정의기억연대(정의연)로 이 프레임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마지막으로 통합당의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그는 “제대로 된 보수주의자라면” 자신이 물러날 때가 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젊은 세대한테 권한과 권력을 넘겨 주면 지금 세대보다 소통, 커뮤니케이션 하는 법을 안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특히 통합당의 ‘막말’ 논란을 되짚으면서 “이분들은 소통을 모른다. 아집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회가 민감해졌는데 (통합당은) 그게 왜 잘못됐는지 모른다”면서 “사회과학·윤리 의식의 현대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통합당이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탄핵 정권의 패전투수인 황교안 전 대표가 당권을 잡았던 것 자체가 탄핵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이에 정권심판의 주체가 못 됐다”고 했다. 강연 이후 기자들과 만나 “맨날 막말하고 욕하는 것을 야당 역할로 알고 착각했다”며 “거기에 호응하는 보수 유튜버와 연결돼서 서로 확신을 주고받으며 광신으로 치달아버렸다”고 비판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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