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훈련' 맹비난에...靑·軍 묘한 기류

국방일보 연합훈련보도 다음날
北 "남측 위험천만 준동" 담화
안보실, 軍 고위당국자 불러 회의
"질책 있었다" 언론보도 잇따라
靑부인속 軍도 "아니다" 밝혔지만
일각선 "상이한 입장 드러낸 것"


우리 군이 최근 훈련을 국방일보를 통해 알리고 북한이 이를 강력 비난한 것을 놓고 청와대와 군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청와대와 군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6일 전북 군산의 서해에서 공군과 해군이 합동훈련을 벌였다. 국방부 기관지인 국방일보에 따르면 공군공중전투사령부는 이날 서해 상공 작전구역에서 해군 2함대와 함께 합동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적의 화력 도발 및 기습 도발에 대한 대응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마련됐다. 훈련에는 공군의 주요 전력인 F-15K, KF-16, F-4E, FA-50 전투기 20여대와 2함대 고속정 등이 참가했다.


국방일보가 7일 이런 내용을 보도하자 북한은 다음날인 8일 “남측이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을 하고 있다”며 우리 군을 강하게 비난했다. 북한은 국방일보의 기사와 관련해 인민무력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남조선 군부가 우리를 ‘적’으로 지칭하며 군사연습을 벌여놓았다. 이는 북남군사합의에 대한 전면 역행이자 노골적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반응이 나온 직후 청와대 안보실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육해공군의 고위 당국자를 불러 정책홍보점검회의를 열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해당 회의는 정책홍보점검회의로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과 국방부 대변인, 각 군의 공보실장 등이 참석했으며 정례회의는 아니었다.


그러나 15일 해당 회의에서 ‘군에 대한 질책이 있었다’는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청와대와 군 사이에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에서 회의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질책을 한 사실은 없다”고 일축했다. 강 대변인은 “정책홍보점검회의였고 군 훈련이나 작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당시 참석자들도 국방부 대변인과 각 군 공보실장 등 정책홍보 라인의 인사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그 기사는 오보보다 나쁘다는 과장보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책홍보점검회의에서 홍보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말 외에 소개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도 “질책은 없었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가안보실이 수시로 회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청와대와 군이 실시하는 회의의 일환이고, 질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군산 해역에서 진행한) 이번 훈련은 연례적인 훈련이며 군의 훈련은 그 사안과 성격에 따라 공개하는 게 있고 비공개로 진행하는 게 있다”며 “청와대와 안보현안에 대해 일상적인 소통의 일환으로 만남을 갖고 협의를 한 것이고, 질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통해 청와대와 국방부 간에 상이한 입장이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 안보 전문가는 “이번에 우리 군이 군산 앞바다에서 실시한 훈련은 남북군사합의 내용에 어긋나지 않은 범위에서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도 연례적인 훈련을 진행할 텐데, 이럴 때마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욱·허세민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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