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토리제이 컴퍼니 제공
영화 ‘집으로’(2002)의 철없는 손자 모습이 눈에 생생한 유승호가 벌써 21년차 중견 배우가 됐다. 일찍 군 복무를 마치고 찬찬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유승호는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메모리스트’에서 초능력을 지닌 열혈 형사 동백 역을 맡아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활동을 펼쳐왔지만 그에게 있어 ‘수사물’은 첫 경험이었다.
“예전부터 아역의 이미지, 어려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연기를 해서 그런지 저는 이런 직업군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뭘 해도 어려 보일 것이고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걸로 보일 거야, 하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메모리스트’를 통해서 그런 생각들을 제 스스로도 많이 무너뜨렸고, 주변에서도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앞으로 캐릭터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메모리스트’는 국가공인 초능력 형사 동백(유승호 분)과 초엘리트 프로파일러 한선미(이세영 분)가 미스터리한 ‘절대악’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수사극이다. 유승호는 드라마에서 기억 스캔으로 결정적 단서를 찾아내는 것은 물론 피해자의 감정까지 동기화하는 형사로 변신, 강렬한 액션부터 다채로운 감정선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호평을 이끌었다.
그는 극중 동백과 본인의 실제 닮은 점에 대해 “동백이의 욱하는 부분? 저도 속으로 참고 참고 또 참지만 가끔 욱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처음 도전하는 장르여서 많은 걱정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시작 전부터 맨몸액션도 연습했고, 역할이 경찰이다 보니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까지 신경을 썼습니다.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큽니다. 연기를 하면서 신경 썼던 점은 아무래도 경찰이라는 직업과 초능력을 가진 인물. 후반에 정체가 드러나는 지우개와의 신경전. 크게는 이 세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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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거듭할수록 강렬해지는 서스펜스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반전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던 ‘메모리스트’. 3.3%의 시청률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지만 좀처럼 시청률 반등을 하지 못한 채 2~3%대의 성적을 냈다. 원작과 다른 결말에 일부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절대악’ 연쇄살인마의 정체가 동백이었다는 웹툰 결말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동백의 누나가 범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결말과 관련해 유승호는 “아쉬운 마음이 있긴 하지만 원작과 똑같이 그려지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주인공이 지우개였고 법의 심판이 아닌 개인이 물리적으로 처벌을 해버리면 이런 살인이나 폭력들을 정당화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지우개가 될지 아닐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다른 엔딩을 맞이했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폭력이나 살인은 정당화 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게 아닌가 생각해요.”
유승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동백이 이신웅(조성하 분) 차장과 함께했던 것을 꼽았다.
“이신웅이 지우개로 몰린 후 상황이 다시 반전되어 동백이가 지우개로 지목되는 장면인데요. 촬영현장에서 선배님도, 저도 감정을 쏟아 부어야 했던 장면입니다. 스태프분들도 저희 두 배우의 감정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시려고 빠르게 세팅하고 움직여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유승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정돼 있던 영화에서 하차하게 됐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지금 주변 이야기만 들어봐도 어떤 작품을 들어가는 게 쉽지 않을 듯 보인다”며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은 휴식을 하면서, 다음 작품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