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최근 시총이 당시보다 증가한 종목은 삼성전자(005930) 단 한 종목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량주에 대한 장기 투자가 항상 고수익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증시 전문가들은 우량주에 대한 장기투자가 수익 실현을 위한 대표적인 투자 방법이지만 업종 및 사업의 성장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1월30일 유가증권시장 시총 10위권 종목 중 최근 시총 10위권에 속해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현대차(005380)·LG화학 3개에 불과하다. 2010년 11월30일 코스피 종가는 1,904.63포인트로 이달 14일의 1,924.96포인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시총 4위였다가 물적 분할이 이뤄진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009540))을 제외하고 POSCO(005490)·현대모비스(012330)·신한지주(055550)·KB금융(105560)·삼성생명(032830)·기아차(000270)·한국전력(015760)이 10위권에 있었으나 14일 기준으로는 시총 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 자리는 SK하이닉스(00066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NAVER(035420)·LG생활건강·삼성SDI(006400)·카카오(035720)로 채워졌다. 과거 철강·운수장비·금융 중심이었던 시총 상위 업종이 제약바이오·커뮤니케이션서비스·생활용품 등으로 변화한 것이다.
10년 전 시총이 121조6,692억원으로 1위였던 삼성전자는 14일 종가 기준으로 286조5,496억원에 달해 10년 새 135.5% 증가하면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은 현재 1,292조8,841억원으로 10년 전의 1,058조6,436억원보다 22.1% 늘어난 가운데 당시 50위권에 속해 있다가 최근 기준 시총이 증가한 종목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SK하이닉스(323%), NAVER(281.4%), LG생활건강(280.4%), 엔씨소프트(036570)(205.7%), 삼성SDI(180.9%), 아모레퍼시픽(090430)(62.1%), KT&G(033780)(23.0%), SK텔레콤(017670)(21.1%), 삼성화재(000810)(3.1%) 등 단 10개뿐이다.
한국거래소의 업종 분류 기준으로 보면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년 전보다 높아진 업종은 전체 18개 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속한 전기전자를 비롯해 서비스업·의약품 3개에 그친다. 전기전자 업종 시총은 전체의 34.1%에 해당하는 440조9,744억원으로 10년 전 20.3%에서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동차·중공업 등이 속한 운수장비 업종 시총 비중은 같은 기간 13.7%에서 5.7%로 줄어 감소율이 가장 컸다.
이러한 시총 변화는 성장 가능한 업종·종목에 대한 선별 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성이 풍부한 사업 모델을 보유한 우량 종목에 대한 투자는 저금리 시대에 좋은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콘택트’가 확산되면서 더욱 가속화될 4차 산업혁명 관련 우량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진입 시점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종·산업에 대한 고민 없이 그동안 상승한 종목에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게 하면 산업 변화에 따라 투자 종목의 실적이 둔화되면서 수익을 실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POSCO 같은 일부 종목의 경우 10년 전 주가를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당분간 전망도 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이 가능한 우량종목의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은 시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올해 이익이 개선될 대표적인 분야는 헬스케어·커뮤니케이션서비스·IT하드웨어인데 그동안 주가가 많이 상승한 헬스케어·커뮤니케이션서비스 외에 IT하드웨어 업종의 대표주 삼성전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