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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신임 검사 임관식.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각각 ‘인권보호’와 ‘헌법정신’을 신임 검사들에게 주문했다. 얼핏 보면 비슷한 당부를 한 것 같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개혁을 두고 맞서는 양측의 미묘한 입장 차가 또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 장관은 “피해자를 비롯해 사건 관계자 인권이 침해받을 일 없도록 인권 보호를 고민해야 한다”고 한 반면 윤 총장은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히 하는 헌법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는 검사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신년인사에서도 검찰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로 정치적 공격을 받자 헌법정신을 강조했다. 검찰의 힘을 빼려는 주요 명분으로 법무부가 강조하는 ‘인권 보호’와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내세워 각기 다른 의지가 표현됐다는 풀이다.
지난 1~2월 본격화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조용했던 법무부와 검찰 간 신경전이 다시 시작되는 조짐이다. 오는 7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을 약 두 달 남겨두고 공수처장 임명과 검찰 인사 등으로 향후 신경전은 다시 전면전으로 커질지 주목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후생동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11일 신임 검사 임관식에 이어 바로 다음 날 일선 검사들과 저녁 자리를 가진 추 장관은 잠잠해졌던 검찰개혁 신경전을 다시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추 장관은 수도권 내 일선 검찰청 형사1부장 8명과 저녁 식사를 가졌다. 형사1부장은 각 청의 선임 형사부장으로, 주로 경찰에서 송치된 민생 사건들을 처리한다. 이틀 뒤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인사 관련 제도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특수통 등 엘리트를 중시해온 검찰조직 문화에서 형사부 사건은 굵직한 사건이 아니다 보니 복무평가에 쓸 내용이 별로 없다는 말을 듣고 복무평가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발언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인사시스템 수정을 비롯해 사실상 7월 인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윤석열 검찰총장의 참모진 등을 대거 좌천시키는 내용의 인사를 지난 1월 단행했지만 이번에도 인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윤 총장 측근은 대부분 지방으로 내려갔지만, 추가 인사로 법무부가 다시 검찰을 흔들면 내부 불만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7월 중순 출범할 예정인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절차도 조만간 공식화할 예정으로, 공수처장은 비(非)검찰, 여성이어야 한다는 등의 논의를 했고 후보자 물색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공수처의 사무실을 어디에 두느냐는 것조차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공수처 준비단은 최근 사무실을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에 두기로 하면서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컸다. 이처럼 공수처 준비 과정은 하나하나가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월 20일 광주고등·지방검찰청에 들어서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 사건 1호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여권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7월 예상되는 공수처 출범과 인사 전에 주요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오는 6월이 상반기 마지막 달로 검찰은 주요 사건을 마무리하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은 이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정권을 겨냥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도 사건 관련자인 전직 기획재정부 국장 등이 소환되는 등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관련 피의자들을 검찰이 내달 중 기소할 경우 정치적 공방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