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원격의료 두고 당정청 딴소리...왜?


청와대와 정부가 잇달아 원격 의료를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원격의료 확대가 의료 영리화로 번지는 것을 우려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하면 당정간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원격의료 논의의 포문을 연 것은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입니다. 김 수석은 지난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에 대해 과거에는 부정적 입장이었지만 최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운을 띄웠습니다.


이튿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비대면 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며 “본격적인 비대면 의료를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 등이 필요하므로 21대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내 원격의료가 보다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와대가 불을 당기자 기재부, 산업부 등 일선 부처가 일제히 지원 사격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반면 의료법 개정의 키를 쥔 여당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원격의료를 두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추진하거나 당정이 협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김 수석의 발언은)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과는 별도의 이야기”라며 “원격의료보다는 비대면 의료라는 용어를 쓰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일부 여당의 의원들의 이 같은 입장은 원격의료가 ‘의료 영리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격의료가 본격화하면 자본력과 인적자원을 확보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관련 장비 등을 판매하는 대기업만 배 불릴 수 있다는 지지층의 반발도 고려한 듯합니다. 의료계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코로나19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사들이 또 투쟁으로 간다고 하면 결국 원격의료로 국민들도 피해를 보고 의료체계가 붕괴된다”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4년 영리 의료법인 문제로 시작된 의사단체들의 파업까지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이번 가을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만큼 의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를 둘러싼 우려도 상당 부분 불식된 점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합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24일 이후 이달 10일까지 진행한 전화상담 횟수는 총 26만2,121건인데, 의원급이 10만6,215건으로 상급종합병원(4만892건), 종합병원(7만6,101건)보다 많습니다. 일각에서 제기한 대형 병원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얘기죠.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의료 민영화, 산업화 등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는 의료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화 상담이나 치료에 초점을 맞춘 비대면 의료의 범위를 넓히는 쪽으로 논의가 우선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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