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왜 나쁜가’ 진지한 답 내기 위해 써내려간 작품이죠”

[청소년 성매매 다룬 넷플릭스 ‘인간수업’ 진한새 작가 서면 인터뷰]
'n번방 사건'과 비슷한 내용에 대해
“관련자들 응당한 처분 받게 되길…
작품이 끔찍한 현실 반추하게 했으면”
‘모래시계’ 등 히트작 써낸 송지나 작가 아들
"부모님 덕분에 남보다 일찍부터 영상물 접해"

진한새 작가.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을 둘러싼 반응이 뜨겁다. 고2 남학생이 성매매 ‘포주’라는 설정은 초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n번방’ 사건을 연상시키며 이 ‘문제작’을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국내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소재에 과감하게 도전했다는 호평이 쏟아지는 한편으로 시청자들을 주인공인 가해자의 감정에 이입되게 해 가해자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인간수업’의 진한새 작가는 ‘n번방’ 사건의 보도를 접하고 “나 역시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며 “비록 허구의 이야기지만 가능하다면 ‘인간수업’이 이러한 끔찍한 현실에 대해 반추할 기회를 마련하는 데 미력하게나마 기여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인간수업’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그가 ‘인간수업’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한 기억이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한 아이가 친구들에게 담배를 팔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그 아이나 나나 똑같은 고등학생인데도 사는 세계가 너무 달라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며 “범죄를 저지른다는 리스크를 지면서까지 돈을 벌고자 하는 그 동기, 그 무게가 실감이 안 났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2015년 그 기억을 소재화할 생각을 했고, 본격적으로 시놉시스 및 대본 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가을부터다.


“그렇게 돈을 벌면 왜 안 되는 걸까요? 짧게 생각하면, 경찰한테 잡혀가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안 잡히면 되는 걸까요? 안 들키면 그만인 걸까요? 정말 그게 다일까요? 그 물음이 나중에 나이를 먹고 어떤 신문 기사를 접하다가 갑자기 되살아났습니다. 10대 청소년이 조직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었죠. 그것도 주도적으로. 그때 ‘죄라는 건 왜 나쁜가’라는, 유치원생 같은 수준의 질문에 나름대로 진지하게 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대 범죄 중에서도 성매매를 소재로 한 이유는 작품의 동맥이 된 원론적 질문에 최대한 진지하게 답하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가장 들여다보기 불편하고 건드리기 고통스러운 부분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인간수업’은 상처를 후벼 파는 것 같은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넷플릭스 ‘인간수업’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여명의 눈동자’‘모래시계’‘태왕사신기’ 등 국내 드라마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스타작가 송지나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드라마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에 대해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하고 싶지만, 솔직히 말하면 대학원을 중퇴한 것이 가장 현실적인 계기였다”고 털어놨다. “건축디자인 전공이었는데 재능이 하나도 없어서 그나마 이해도가 있었던 이 분야를 택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방송에 종사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받은 가장 큰 영향은 일찍부터 영상물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당시 부모님이 구해주신 디즈니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 등을 수백 번씩 돌려보곤 했다”고 말했다.

벌써 ‘인간수업’ 시즌2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 그는 “경솔하게 포부부터 밝히기보다는 스케줄과 관련자 여러분의 입장을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내려야 할 결정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러면서 진 작가는 “앞으로 청소년 이야기만이 아닌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다”며 “특히 호러 장르에 관심이 많은데, 알면 알수록 어려운 분야라는 사실만 확인하게 된다”고 밝혔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처럼 열 작품 정도 하고 시원하게 은퇴하겠노라고 패기 넘치게 선언하고 싶지만 그런 소릴 하기엔 이제 겨우 시작했고, 무엇보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그저 꾸준히 계약이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대중들에게 적어도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을 쓸 줄 아는 작가 정도로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않나 싶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게 제일 어렵겠죠.”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진한새 작가.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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