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마케팅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간 찾아보기 어려웠던 전액 할부 프로그램이 등장하는가 하면 소모품 10종 평생 무상 제공 서비스까지 속속 출시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내수 판매량은 국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셌던 지난 2월 한 달만 전년 동기 대비 21.7% 줄었다가 3·4월은 각각 9.2%, 6.5% 증가했다. 반면 해외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월 -8.6%, 3월 -20.8%, 4월 -62.6%로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악화하고 있다. 해외 판매 부진현상 장기화에 국내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수입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코로나19 충격에 주요 국가의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한국은 도리어 전년 동기 대비 10~20%가량 성장했다.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급여 감소, 실업 우려 등으로 움츠러든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제로 선수금 제도까지 도입했다. 기아차(000270)는 5월 출고 고객 전원에게 선수금 없이 전액 할부로 살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36·48·60개월 할부 중 원하는 기간을 선택해 원리금 균등 방식으로 상환하면 된다. 돈이 부족한 고객에게는 차량 가격의 25%가량을 대출도 해준다. 한국GM도 일부 차종에 대해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스파크·말리부·트랙스·이쿼녹스 구매 고객은 36개월 전액 무이자 할부로 차량을 살 수 있다. 여기에 차 구입 이후 최초 1년간 월 1만원만 내고 2년 차부터 할부금을 내는 ‘만원의 행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자동차 업계가 ‘언택트 마케팅’을 강화하는 가운데 아예 온라인 전용 상품을 내놓는 곳도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333대 한정으로 온라인 전용 판매모델 ‘XM3 온라인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최상위 사양인 RE 시그니처에만 적용되는 발광다이오드(LED) 퓨어 비전 헤드램프를 RE 사양에 적용해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 약 250만원 저렴하게 LED 램프를 장착할 수 있다. 쌍용차(003620)는 최근 CJ오쇼핑을 통해 커넥티드카 서비스 ‘인포콘’이 탑재된 ‘리스펙 티볼리·코란도’를 판매하기도 했다. 수입차 업계는 시승을 원하는 고객에게 차량을 직접 배달하고 수거해오는 ‘픽업&딜리버리 서비스’를 앞다퉈 시행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매장 방문고객이 급감한 만큼 고객들이 안심하고 차량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픽업&딜리버리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며 “철저한 소독과 방역으로 고객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수입차 업계는 ‘평생 무상 정비’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신차 가격을 할인하는 대신 AS 비용으로 수익을 채우는 수입차 업체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고육지책을 내놓은 셈이다. 이들 업체들은 폐차하기 전까지 엔진오일 등 소모품을 무상 제공한다. AS 비용 때문에 수입차 구입을 꺼리는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토요타코리아는 5월 한 달 동안 라브4 하이브리드와 프리우스, 프리우스 C, 시에나 최초 구매고객에게 무상으로 엔진오일 등을 교환해준다. 마세라티는 4월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전 차종 대상 평생 엔진오일 등 10종의 소모품 무상제공 혜택을 이달까지 연장했다.
수입차는 브랜드 가치나 성능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 등의 품질은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혔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완성도를 따라오지 못해 차량 구입 이후 내비게이션이나 디스플레이를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수입차 업계는 최근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볼보는 SK텔레콤과 내비게이션, 인공지능(AI) 비서, 온라인 음악서비스 등을 공동개발해 내년 하반기 국내에 출시하는 모델부터 탑재할 예정이다. BMW 역시 오는 2022년부터 국내에 출시되는 신차에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을 탑재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의 파격적인 마케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2차 확산 우려로 인해 해외 주요국 판매 회복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이다”며 “반면 한국은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으로 판매량 타격이 적어 자동차 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 흐름은 상반기 내내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