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럽 확산의 진원지로 불렸던 이탈리아가 다음달 3일부터 해외 여행객의 입국을 허용한다. 식당과 체육시설·영화관 영업도 차례대로 재개한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사망자 수가 두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이탈리아 정부가 국가 주력 산업인 관광업을 중심으로 경제활동 재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내각회의를 통해 해외 여행객의 입국을 다음달 3일부터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내 인적·물적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솅겐 협정’ 가입국 출신 여행객은 2주간의 자가격리 조치도 적용되지 않는다. 주(州) 간 이동을 제한한 전 국민 이동제한령도 다음달 3일자로 완전히 해제된다. 지난 4일 일부 공장과 공원 문을 연 데 이어 18일 식당과 상점 영업 재개, 25일에는 체육시설, 다음달 15일에는 영화관의 영업도 다시 시작된다.
이탈리아 정부가 적극적인 봉쇄완화 조치를 발표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눈에 띄게 수그러들었기 때문이다. 16일 기준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각각 875명과 153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하루 신규 사망자 수는 유럽 국가 최초로 전 국민 이동제한령을 내린 3월1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완치자와 사망자를 제외한 실질 감염자 수는 7만187명으로 지난달 19일 이후 감소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 경제는 백신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경제활동 재개 방안을 발표했다./로마=신화연합뉴스
완화 조치 발표에는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조급함도 작용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16일 TV 연설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면서도 “이탈리아 경제는 백신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3월에 이어 이달 13일 550억유로(약 73조3,485억원) 규모의 두 번째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지난해 기준 여행·관광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3.3%를 차지해 국내외 관광 산업 재개 없이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재확산 가능성이 큰 만큼 일각에서는 섣부른 경제활동 재개에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1부리그)에 속한 파르마 칼초1913에서는 선수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다음달 13일로 예정된 시즌 재개에 먹구름이 끼었다. 구단 측은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만 격리할 것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확진자가 발생한 팀 전체를 격리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는 코로나19로 모든 축구 경기가 미뤄지면 세리에 A가 10억유로가량 손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