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딛고 중국 자동차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대차(005380)그룹의 실적은 시원찮다. 품질 이슈가 현대·기아차(000270)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자동차 소매 판매는 142만9,067대로 전년 동기(151만3,821대)보다 5.6% 감소했다. 중국의 자동차 소매 판매는 지난 3월과 2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0.4%, 78.7% 감소한 데 비해 비약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4월 각각 4만23대, 1만5,204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3%, 36% 판매량이 감소했다. 중국 시장의 평균 회복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3월 판매 실적이 나올 때만 해도 4월에는 전년도 판매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베이징현대는 3월 소매 기준으로 3만4,890대를 판매해 지난해 3월보다 22% 줄었고 둥펑위에다기아는 1만3,537대를 팔아 38% 감소했었다. 전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판매 절벽을 맞았던 2월 실적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되며 경쟁사를 꺾고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계속되는 품질 이슈가 중국 시장에서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자동차품질네트워크가 올해 초 발표한 중국 자동차 브랜드별 불만 순위에서 베이징현대는 불만지수 4,724점을 기록해 2위에 올랐다. 베이징현대를 제외한 불만 순위 1~5위 업체는 모두 중국 현지 업체다. 중국 시장 감독기관이 운영하는 자동차품질네트워크는 자동차 품질 관련 소비자 불만을 수집해 시정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품질네트워크는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품질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는 ‘빅 보스’ 기업”이라며 “지난해부터 비정상적인 엔진 소음, 브레이크 고장 등 수많은 소비자 불만이 접수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9년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엔진오일 누수로 40만대 이상을 리콜하는 등 중국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남겼다”고 꼬집었다. 브랜드 순위뿐 아니라 개별 완성차 순위에서도 베이징현대의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와 투싼은 4월 소비자 불만이 많은 차량 11위, 24위에 각각 올랐다. 엘란트라의 주된 불만으로는 변속 소음과 조향장치 이상이 꼽혔다. 투싼은 엔진오일 넘침 현상과 엔진 진동 현상이 문제로 지적됐다. 다만 두 차종 모두 3월 소비자 불만 순위보다는 소폭 내렸다.
앞서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고객이 차량 구입 후 1년 안에 실직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경우 차량을 잔여 할부금으로 되사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판매량 회복을 위해 파격적인 마케팅을 도입했다. 그러나 잦은 품질 이슈로 떨어진 브랜드 신뢰도에 예상보다 고객 반응이 시큰둥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매력이 높아진 중국 소비자들의 우선순위는 이제 가격보다 품질과 브랜드가 됐다”며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반등하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며 고소득층이 먼저 지갑을 열면서 고가 자동차 시장부터 살아나고 있다고 본다. 당장 회복세가 떨어지더라도 중산층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디자인과 상품경쟁력이 우수한 중국 시장 플래그십 세단 쏘나타, 신형 K5 모델 출시로 판매 회복세를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