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석유공사가 보유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진출처= ADNOC홈페이지
NH투자증권(005940)이 세계적인 투자기관들과 손잡고 총 10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회사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투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국내 증권사들의 먹거리였던 해외 대체투자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경쟁자였던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 컨소시엄을 꺾고 초대형 딜을 따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딜이 최종 성사되면 국내 증권사가 투자한 인프라 딜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투자는 오피스나 호텔 등 다른 대체투자 자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UAE의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가 보유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지분 49%를 인수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투자 규모는 총 80억달러(약 9조8,000억원)다. NH투자증권이 참여한 컨소시엄에는 미국의 인프라 투자 전문 사모펀드(PEF)인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와 이탈리아 인프라 펀드 운용사 Snam,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 캐나다 대체투자 운용사 브룩필드,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 등이 포함돼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현재 최종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NH투자증권의 투자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협의가 지연되고 있지만 다음달까지는 투자 금액 등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워낙 딜 규모가 커 6개 컨소시엄 참여자들이 골고루 나눠 가지더라도 최소 수천억원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딜은 ADNOC를 비롯해 아람코 등 중동의 주요 석유 기업들이 저(低)유가 타개를 위해 자산 효율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자원개발에 편중된 자산을 매각한 뒤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해 보다 효율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기 위한 조치다. ADNOC는 이에 앞서 지난 2018년에도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오일 파이프라인 지분 40%를 40억달러에 매각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이 세계적 규모의 딜에 참여한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초대형 IB로서 한국 투자가들의 투자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딜이 올해 세계 최대의 인프라 투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국내 증권사가 참여한 인프라 딜 중에서도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인프라 투자 중 최대 규모의 딜은 2018년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한화증권 컨소시엄이 투자한 프랑스 덩케르크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지분(40%·약 8,500억원) 인수였다.
NH투자증권은 그동안 주요 글로벌 딜에서 안정적인 자금조달 능력 및 딜 수행 역량을 보여주면서 이번 ‘빅딜’에도 초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에는 GIP와 함께 영국 개트윅공항에 2,8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또 GIP가 운용하는 인프라 블라인드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이번 딜은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된다. 앞서 ADNOC가 KKR에 오일 파이프라인 지분을 매각할 때도 20년간의 안정적인 최소 수익 보장 등의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일부 증권사들과 달리 NH투자증권은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인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추가 투자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