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중국 정부가 ‘디지털화폐’에 목 매는 이유

최수문 베이징특파원


중국에서는 휴대폰 하나로 안 되는 결제가 없다. 온라인 쇼핑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가게에서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지불이 완료된다. 위챗페이를 운영하는 텐센트와 알리페이의 알리바바는 그 자체로 거대한 금융회사가 됐다. 물론 소비자의 계좌에는 충분한 돈이 있어야 한다. 중국은 아직 보편적 신용사회는 아니다.

이른바 ‘페이’가 중국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데는 위조지폐가 만연하다는 이유도 있다. 외국인들이 중국에서 느끼는 불쾌감 중에 하나는 이곳 사람들은 서로를 위조지폐범으로 의심부터 한다는 점이다. 중국 내 어느 가게에서나 지폐를 받으면 기계를 사용하든 단순히 플래시에 비춰보든지 일단 위폐인지 살펴본다. 중국에서 20여년을 살았다는 한 교민은 “처음 알리페이가 나왔을 때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페이’ 방식 도입에 중국 정부도 과도할 정도로 적극 지원했다. 텐센트나 알리바바의 금융사업은 대부분 허가가 나왔다. 물론 이는 기업가들이 돈을 벌거나 국민의 편리를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페이를 통해 쌓인 정보는 중국 정부도 볼 수 있다. 돈의 흐름을 한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것이다.

페이만 해도 사용에 문제가 없는데 중국 정부는 이제 한술 더 떠 법정 디지털화폐 ‘디지털위안화’ 발행에 목을 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만든다는 디지털화폐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등 블록체인 기반의 개방적 암호화폐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정확히 설명하지 않아 구체적인 모양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인민은행 관계자가 “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는 암호 자산이 아니며 위안화를 디지털화한 것”이라고 말한 것만 알려졌다. 리브라 같은 해외 암호화폐의 중국 내 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섰다고도 볼 수 있다. 형태가 온라인에서만 거래되는 디지털일 뿐 기존 인민은행 현금 위안화와 가치는 같다.

중국은 이미 일부 지역을 특정해 디지털위안화를 시범 운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본격 도입하기로 했다. 리브라 등 글로벌 암호화폐들이 각국 정부의 견제를 받아 줄줄이 포기되면서 중국 디지털위안화가 디지털화폐 1호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여전히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인민은행이 공식 발행하고 유통시키기 때문에 어떤 단말기나 어느 장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빼고는 소비자 입장에서 아직 위챗페이·알리페이와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발행자인 중국 정부가 돈의 흐름을 더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영토 내에서라면 디지털위안화의 유통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미 페이의 유통이 낱낱이 관리되는 상황에서 디지털위안화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논란은 중국에서 사실상 없다고 봐도 좋다. 중국인들은 이런 사생활 침해에 무뎌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다르다. 동네 슈퍼에서 무슨 과자를 사 먹는지, 누가 어떤 거래를 하는지 등의 돈 흐름을 국가가 실시간 관리한다는 것은 한국 등 민주국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이 디지털화폐를 만든 후 이를 해외에 유통시키지 않을 것으로 볼 근거는 없다. 일단 중국과 친한 나라부터 사용하게 할 것이다. 현지 전문가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국가가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이뤄지는 디지털위안화 흐름도 중국 인민은행에 자동적으로 기록된다. 즉 디지털위안화가 중국 국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여전히 중국 당국은 디지털위안화의 형태와 활용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정보를 조금씩 중국 매체에 흘리면서 호기심만 유발할 뿐이다.

/chs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