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이 지난 3월 급락장의 공포를 이겨내고 저점에서 사들인 상당 수의 우량주들이 코스피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증시 하락 및 국제 유가 반등에 각각 베팅한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와 원유 선물 ETF·상장지수채권(ETN)은 손실을 기록했다.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단기 투자가 아니라면 기업 가치보다 하락한 우량주 투자가 합리적인 대안임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 순매수 금액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005930), KODEX 200선물인버스2X(252670), KODEX WTI원유선물(H), 현대차(005380), SK하이닉스(000660) 순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지난 3월 19일 종가 6만 5,900원에서 이달 15일 9만 2,300원으로 마감해 40.06% 올랐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 순매수 금액 상위권에 속한 시총 상위주인 LG화학(051910) 50.65%, SK이노베이션(096770) 64.74%, 삼성생명(032830) 41.69%, 삼성SDI(006400) 65.3% 등이 32.21%의 코스피를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순매수 금액 상위 1·2위 삼성전자는 11.4%, SK하이닉스는 18.69% 상승률을 각각 기록했으나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실적 및 주가 개선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3월 19일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파로 코스피가 하루 동안 8.39% 급락해 종가 기준 2009년 7월 17일(1,440.10) 이후 10년 8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1,457.64로 마감했던 날이다. 증시 하락에 대한 공포가 절정에 달하면서 이 무렵 우량주 외에도 인버스 ETF에 대한 매수가 대거 이뤄졌다. 3월 20일부터 5월 15일까지 삼성전자 다음으로 가장 많은 2조 134억원 규모 순매수가 이뤄진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3월 19일 종가 기준으로 최근까지 45.32% 하락했다. 같은 기간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는 36.3%, KODEX인버스는 24.89% 각각 하락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버스 ETF는 레버리지 ETF와 함께 대표적인 단기 투자 상품인데 3월 19일 이후 코스피 반등이 이어지면서 수익 실현 시점을 찾기 어려웠고, 그때 매수해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원유 선물 ETF·ETN 종목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됐으나 같은 기간 기준으로 KODEX WTI원유선물(H)이 40.37%,TIGER 원유선물Enhanced(H)은 5.77%,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77.49%의 하락률을 각각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기대만큼 반등하지 않은데다 기본 예탁금 1,000만원·신용거래 금지 등의 규제가 도입돼 앞으로도 수익을 실현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평가된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